경마장 터에 주택 공급 이번엔 될까…기대감·반발 엇갈린 과천 민심

정부 공급 정책에 주민·지자체 등 반발
인프라 늘면 긍정적 부동산 전망도
"분위기만 살피는 문의 전화 뿐"

과천 경마공원 전경. 이정윤 기자

"과천 경마장을 옮긴다는 말이야 이전에도 많았죠. 진짜 옮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봅니다."(과천 경마장 인근 A공인중개업소)

정부가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를 이전하고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짓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지역에선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계획이야 그럴듯하더라도 실행 여부에 대해선 의심 어린 시선이 여전하다. 주민이나 지자체가 반발하고 나선 데다 이전 당사자인 한국마사회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불거졌다. 다만 실제 경마장을 옮기고 미니신도시급 단지와 기반시설이 갖춰진다면 일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난 29일 찾은 경마장 주변 과천시 과천동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토지나 빌라 매매를 묻는 전화가 2~3통 있었다"면서 "아직 발표뿐이고 언제, 어떻게 사업이 진행될지 몰라 현재까지는 분위기만 살피는 문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과천은 서울과 맞붙은 데다 이미 수년 전부터 주택 공급 기대감 등이 반영돼 매수세가 몰리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매매 거래가 그간 꾸준했고 최근 들어서는 전·월세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뚝섬에 있던 경마 공원이 1989년 과천으로 왔는데 수년 안에 또 이전할 거라는 생각에 토지나 빌라를 사던 이들이 있었다"면서 "매도할 사람은 진즉 다 팔았고 가격도 너무 올라서인지 최근엔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한 주택 공급 대상지는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과 가깝고 경부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을 타기 편하다. 국토교통부는 청약 흥행을 기록한 과천·주암택지지구와 연계해 경마장 일대를 직주근접 생활권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천AI테크노밸리를 조성하고 첨단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와 함께 올해 상반기 안에 시설 이전 계획을 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30년 지구 지정과 착공을 병행하겠다는 목표다. 경마장은 경기도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마사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에 지자체나 주민 반감은 큰 상태다. 과천과천지구·주암지구·지식정보타운·갈현지구 등 4곳에서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미 공급 과잉이라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를 비롯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천에 무리하게 주택을 욱여넣어 과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23일 "지역 내 추가 주택공급지 지정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뜻을 같이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사회 노동조합도 "당사자인 공공기관과의 일절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라며 "선거를 앞둔 조급함에 국가 기간 산업인 말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2만4000명 종사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관계부처에서 협조하겠다고 해도 주민이나 지자체 반발이 지속될 경우 공급대책을 실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설령 계획이 확정된다고 해도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경마장을 옮기고 주택 공급이 가시권에 들어온다면 일대 부동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 거래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도 있다.

아파트가 밀집한 별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3기 신도시가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는 걸 보면서 공급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 상태"라면서도 "교통 문제 등이 해결되고 실제 주택 공급이 되면 상권도 커질 수 있어 지역 부동산 시장은 물론 주민 생활에도 체감할 만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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