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 나와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이어진 Fed의 3번 연속 금리인하 행진이 멈추고 Fed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불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산시장에서는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값이 5300달러선을 넘어서며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미국 금리동결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Fed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이후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하 행진이 멈췄다. Fed는 성명서를 통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과 물가관리 양측에 대한 위험요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결정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ed 위원 중 친 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크리스토퍼 월러 등 2명의 이사가 금리동결에 반대하며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다. 그는 전날 아이오와주에서 가진 유세 연설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을 곧 발표할 것이며 새 의장 체제에서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걸 보게 될 것"이라며 Fed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Fed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출직 정치인들이 중앙은행의 통화결정에 직접적인 통제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권익을 위한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정치적으로 선거에 유리하도록 사용하면 중앙은행은 신뢰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마찰이 이어지면서 미국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5월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후 금리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골드만삭스의 채권·유동성 솔루션 부문 글로벌 공동책임자인 케이 헤이그는 CNBC에 "Fed는 당분간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연말 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로이터연합뉴스
Fed의 금리동결이 결정되자,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Fed와 트럼프 행정부 간 불화 가능성에 금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해졌다. 2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값은 전장대비 4.35% 상승한 온스당 5303.60달러를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동결 직후 올랐다가 다시 소폭 하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245%로 전일대비 0.14%포인트 낮아졌다. 장중 4.271%까지 올랐으나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하락했다.
전날 4년만 최저치인 95달러선까지 밀렸던 달러가치는 Fed의 금리동결에 따라 반등했다. 이날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지표는 전장대비 0.24% 상승한 96.45를 기록했다.
Fed의 금리결정 발표 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주식시장은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02% 상승한 4만9015.60, 나스닥지수는 0.17% 오른 2만3857.4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사상최초로 7000선을 돌파했던 S&P500 지수는 하락반전해 0.01% 빠진 6978.03에 마감됐다.
CNBC는 "Fed가 금리동결 이유로 인플레이션 상승, 미국 경제 불확실성 등을 거론하면서 위험자산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인 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들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2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미국 금리정책 변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구 부총리가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구 부총리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관세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요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 가동할 계획"이라며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선진화에 박차를 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Fed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금리차이는 기존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5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