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최태원기자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3가지 혐의 가운데 1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사법부로부터 실형을 선고받는 기록이 남게 됐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1년8개월과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김 여사에 대해 총 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김 여사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우선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을 '미필적 인식'은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주도한 '공동정범'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주가조작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범행 내용을 직접 알렸다고 진술하지 않았고, 김 여사가 시세조종 구조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여사가 2022년 대선 전후 명태균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2억74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의뢰했다는 증거가 없고, 묵시적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여론조사 실시 여부와 공표 대상은 명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김 여사는 배포 대상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세 차례의 금품 수수 중 2022년 7월분(샤넬백·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여사가 통일교 측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경제·문화적 업적들이 훼손되지 않게 작업 중"이라 언급한 점을 들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라는 상대측의 청탁을 명확히 인지하고 알선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2022년 4월 수수한 샤넬백에 대해서는 "대선 승리 등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 대화였을 뿐, 구체적인 청탁이 오갔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통일교 측의 청탁과 결부돼 공여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해 자신의 치장에 급급했다"고 했다. 다만 수수한 물품을 몰수할 수 없어 그 가액 상당액을 추징토록 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은 헌법상 권한은 없지만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며 "그 지위에는 높은 청렴성과 절제된 처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는 사법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의 심판대 위에서 실형을 마주하게 된 것은 우리 법치주의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이외에도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 공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두 건의 재판을 받게 된다.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으로부터 총 7회 기소돼 각각 재판받고 있다. 비상계엄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내달 19일 이뤄진다.
한편 이번 김 여사의 첫 재판 선고 과정은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전 영부인에 대한 선고 공판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선고 직후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재판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도이치모터스와 명태균 관련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알선수재 형이 다소 높게 나와 항소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검의 총 징역 15년 구형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과장된 수치이며, 김 여사가 영부인이었기 때문에 양형 기준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