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일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한 데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갑작스러운 발표로 우리 국민의 걱정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장은 "국회는 통상적인 절차대로 입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당국은 미국의 우방국이다. 우리는 양국 합의의 신의가 지켜지길 바란다"고 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자리에서 "우리 국회는 이미 한미 양국 합의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관련법 제정에 들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27 [공동취재]
여야를 향해서도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니 과도한 논쟁보다는 관련법 심사에 집중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각각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입법을 서두르라는 취지이지 국회 비준을 하라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원내대표는 "한미 전략적 투자 MOU는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적 합의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입법화(enact)라고 표현했다. 비준이 아니라 우리 국회의 입법에 주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모적인 비준 문제는 끝내고 현지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공청회도 하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법안을 숙성해서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데 초당적 협력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정부에서 혹여 국회에 정확히 알리지 않은 다른 합의사항, 이면 협의 사항이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과 몇 달 전 합의문을 작성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정부에서 얘기했는데 그 합의는 완전히 무효가 돼 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민과 국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다른 사안이 있거나 직무 유기한 사안으로 생각된다"며 "우 의장께서 국회를 대표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정부에 요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로 인해 이 합의 사항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울러 "상임위든 본회의 차원이든 긴급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한미 관세협상이 조약이 아닌 MOU 체결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여야는 이 문제와 관련해 추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여야 간 협의를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날 여야는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민생 법안 협의를 위해 만났다. 우 의장은 본회의에 계류 중인 176개의 민생 법안을 비롯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여야가 조속히 합의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는 28일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 비쟁점 법안을 몇건을 올릴지에 대해선 양당 의견 차이가 있다"며 "내일 원내수석 간에 추가 논의를 통해 법안 상정에 대해 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 원내수석은 "29일에 본회의를 열고 양당 간 최대한 노력해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는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최대한 많은 법안을 처리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