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4.4%에서 14.9%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기금 규모와 비중을 고려하면 최소 7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도 제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기금 규모 확대에 따른 외환 조달 부담과 외환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올해 계획했던 목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47포인트 상승한 4997.54에 개장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당초 계획인 14.4%에서 14.9%로 0.5%포인트(P)확대된다.
작년말 기준 기금 규모가 1450조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7.25조원의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국내 채권 투자 목표비중도 당초 계획(23.7%)보다 키워 24.9%로 잡았다.
대신 해외주식 목표 비중은 당초 계획인 38.9%에서 37.2%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약 200억달러(약 29조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금위는 "기금규모 확대에 따른 외환조달 부담과 최근 수요 우위의 외환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상 목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기금수익률에 미치는 영향과 기존 기금운용 방향성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1차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아울러 기금위는 자산군 비중이 설정한 목표치를 벗어나면 다시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는 각 자산의 비중과 이 목표비중이 설정돼 있는데, 시장 변동에 따라 이탈이 허용하는 범위도 정해놓고 있다.
이번 결정은 최근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대비 높아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리밸런싱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금위는 "최근 몇 년간의 높은 기금운용 성과로 기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돼 리밸런싱 발생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점, 최근 국내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단기간 크게 변화하며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적정한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결정이 어려운 상황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기금위는 앞으로도 허용범위를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역대급 성과를 내며 기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어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기금수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운영하면서 시장에 대한 영향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47포인트 상승한 4997.54에 개장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외환 시장 불안에 따른 환 헤지 등에 대한 결정은 기금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국민연금은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할 경우 원화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화로 바꿔야 하는데,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외화채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하면 이를 완충해줄 수 있다.
백진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원화값 안정 위한 외화채 발행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법안 상황에 따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원화값 안정을 위한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해왔다.
기금위와 같은 날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기금 해외투자가 국내외환시장에서 상시적 달러 수요를 만들어 환율 불안의 본질이 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해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조만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