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송승섭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한미 무역합의 이후 우리 국회가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트집 잡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관세인상 통보가 없었다면서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 워싱턴DC로 급파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7일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한국 국회의 대미 전략투자특별법 상정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게시했다"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식적인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김정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오늘 오전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 장관도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 30일 합의를 했고, 10월 29일 한국에서 3500억 달러 대미투자펀드 세부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를 마쳤지만, 이에 대해 한국 국회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 승인 절차는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관세인하 소급 적용은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세부 사항에 최종 합의했다. 11월 13일에는 안보와 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세세하게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도 발표했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총 3500억달러를 매년 200억달러 한도로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로 하향 조정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승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14일 자로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1월 26일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도 12월 4일 관보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