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글로벌 오픈모델을 사용해도 된다. 다만 사전학습 등을 거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개발 역량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관계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1차 선정 과정에서 독자성 논란으로 AI업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독자성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놨다. 개발자와 AI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정예팀 도전 후보군들의 중국 모델 '베끼기' 비판 등이 제기되면서 독자성 기준 명확화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에 나선 것이다.
2차 선정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독자성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종 선정팀에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독자'적인 우리만의 고유 아키텍처(설계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중국 등 이미 성능이 검증된 거대언어모델(LLM)이 오픈모델로 활용되는 만큼 후발주자 입장에서 완전히 독자적인 K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선다.
1차 선정 당시 경합했던 5곳(LG AI연구원·업스테이지·SK텔레콤·네이버(NAVER)클라우드·NC AI) 모두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완전히 독자적인 모델 설계는 아니며, 최고점을 맞은 LG AI 연구원의 '엑사원'조차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정부의 보다 확고한 평가기준 제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앞서 독자성 기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이례적으로 1차 평가에서 선정된 3곳(LG AI연구원·업스테이지·SK텔레콤)의 정예팀 외에 추가 재공모에 나섰고, 모티프테크놀로지스·트릴리온랩스가 독자 아키텍처를 차별점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27일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공모에 접수할 기관에서는 AI모델 개발 과정 중 로스 로그(Loss Log) 등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거친 AI모델 개발 역량·경험, 최신·글로벌 벤치마크 평가, 해외 AI 연구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등 글로벌 주요 리더보드 등재 내용 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AI업계 대표는 "정황적으로 1차에 도전했던 5개사 모두 기본 아키텍처를 각기 다른 중국산을 참고해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 모델은 큰 고민 없이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면서 "다만 1차평가에서 1등을 한 LG AI연구원 엑사원의 경우 독창적이거나, 독자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컨셉이 반영된 모델 구조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타사 대비 옵티마이징을 많이 시도했고 새로운 조합의 시도가 엿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AI업계의 독자성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25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한국의 국가 주도 AI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최첨단 수준의 AI를 보유한 여러 한국 AI 연구소가 등장했다"는 분석을 공유하면서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고 격려했다.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LLM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서로의 것을 모방 학습하면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라며 "오픈모델 활용이 일반화된 개발 환경에서 무작정 독자성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완전히 독자적인 모델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외산 LLM이 국내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버린 AI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실력을 쌓게 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국내 AI 생태계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가 된다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