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대 사망자 3만명 넘어'…시신 몸값 요구 논란 지속

"이틀간 발생한 시위 학살 중 가장 치명적"
총 맞은 시신에 '총알갑' 명목 몸값 요구

이란의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3만명이 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란 안팎에서는 당국의 무차별적인 진압에 유례없는 학살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다. 이란 당국이 희생자의 시신을 볼모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등 이란의 정정불안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반체제매체 "시위대 사망자 수 3만6000명 넘어"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란 반체제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자체 입수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지난 8~9일 양일간 벌어진 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사망자 수가 3만6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역사상 이틀간 발생한 시위 학살 중 가장 치명적인 학살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 정예 군사 조직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보국이 국가안보최고위원회에 제공한 상세한 정보를 입수했다. 정보국의 최근 보고서 두건에서 사망자 수가 각각 3만3000명과 3만6500명 이상으로 기록됐다"며 "이란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보안군은 400개 이상의 지역에서 시위대와 대치했으며 전국적으로 4000곳 이상의 충돌 지점이 보고됐다. 정부 기밀 보고서상 사망자 수의 급격한 증가는 실제 사망자 수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사잡지인 타임도 이란 보건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 병원에서 집계한 사망자가 3만30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CBS는 이란 시위 관련 사망자가 1만2000명~2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란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망자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비해 이란 정권이 지난 21일 발표한 시위 관련 사망자 수는 인권단체들의 통계에 훨씬 못 미치는 3117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란군, 시신 볼모로 유족에게 돈 요구"…시민 반발 심화

타스연합뉴스

이란 안팎에서는 이란군이 시위대 시신을 볼모로 유족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증언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했다가 보안군 손에 숨진 파르하드의 가족은 그가 사망한 지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시신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파르하드의 유족에게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그가 반정부 시위자가 아니었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국은 그가 보안군 소속이었으며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파르하드의 부친인 밀라드(가명)는 텔레그래프에 "나는 절대 그들의 문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독재자를 위해 죽으라고 아들을 키우지 않았다. 그는 정권의 어떤 부분에도 소속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5세 대학생 자바드의 가족도 친구들과 함께 거리 시위에 나간 그가 돌아오지 않았으나, 5일째 되던 날 정보부 관계자로부터 그가 다른 시위대에 의해 살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보부는 자바드가 이미 매장됐다며 시위 중 보안군 구역에 위치한 그의 묘를 가족에게 보여줬다. 자바드의 삼촌은 텔레그래프에 "그는 시위대에 의해 죽지 않았다"며 "그는 이슬람공화국의 순교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텔레크래프 및 국제 탐사보도 단체인 조직범죄 및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자 시신을 금전적 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증언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 유족은 사랑하는 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 8000파운드(1500만원) 이상을 강제로 지불해야 했으며, 또 다른 가족은 1만6000파운드를 지불하고 시신을 넘겨받았다.

텔레그래프는 '몸값' 요구가 단순히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복종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돈을 내고 정권에 복종한다는 뜻을 보이지 않으면 고인의 시신을 영원히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유가족을 내몬다는 것이다.

OCCRP와 인터뷰한 한 제보자는 "목에 총을 맞은 여성의 유가족은 해당 여성이 시위자가 아닌 행인으로 인정된 후에야 비용 청구 없이 시신을 받았다"며 "시위자로 간주될 경우 '총알값'으로 7000달러(약 1013만원)를 청구하고 장례 서비스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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