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장보경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안건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 전 대표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친한(친한동훈)계뿐 아니라 당내 소장파, 중진의원 등 당내 반발이 커지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가 소명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심 청구 기간을 부여하는 게 맞다"며 "재심 기간까지 최고위에서 윤리위 안건을 의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받은 당사자가 불복하면 징계 의결 통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5 김현민 기자
당초 지도부가 한 전 대표 제명 안건을 속도전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를 미룬 셈이다. 장동혁 체제에서 지난 8일 공식 출범한 윤리위는 9일 첫 비공개회의 후 13일 두 번째 회의에서 바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14일 새벽, 제명 결정을 발표하면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빠르게 털고 가겠다는 지도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윤리위 결정 이후 장 대표 역시 "이를 뒤집고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예상을 깨고 최고위 의결을 미룬 것은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의원총회를 앞둔 만큼 당내 의견을 들은 후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이날 최고위 직전 장 대표와 만나 의총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고 난 후 최고위에서 판단해달라고 건의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전날 친한계와 소장파, 중진까지 포함하면 과반 이상 의원이 우려를 표했다"며 "장 대표도 이대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14 김현민 기자
동시에 한 전 대표 징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윤리위에서 두 번이나 결정문을 정정하면서 "정해진 결론에 징계 사유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한계는 이 밖에도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조작 가능성, 충분한 소명 기회 미부여 등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측은 장 대표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리위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친한계 내부에선 대응책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법적인 조치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징계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전 대표 측근은 "이미 공은 장 대표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의총 등을 지켜보면서 여러 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