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 사업에서 엑손모빌을 배제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업계 대표를 소집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에 대해 언급하자 엑손 모빌이 '투자 불가'(uninvestable)라고 밝힌 것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엑손 모빌을 (베네수엘라 석유 재건 사업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기울 것 같다"며 "그들의 대응이 맘에 들지 않는다. 너무 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 20명의 미국 석유업계 대표를 백악관으로 소집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최소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해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법적·상업적 틀에서 보면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엑손 모빌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있다. 엑손 모빌은 과거 두 번이나 베네수엘라 정부에 의해 자산을 압류당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00년대 중반 당시 정권이 석유 사업장을 국유화하면서 베네수엘라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대런 우즈 CEO는 우려를 전하면서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초청과 적절한 안전 보장이 있다면 엑손 모빌은 현지에 팀을 파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재개하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과 관련해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현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미국 석유업계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석유 기업들에 안전 보장을 언급했냐는 질문에 "석유기업들은 안전하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했다. 실제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석유업계 회동에서 엑손 모빌의 최대 경쟁사인 셰브론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크 넬슨 셰브론 부회장은 백악관 회담에서 "현재 하루 약 24만 배럴 수준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며 "향후 18~24개월 내 약 50%까지 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유일한 서방 업체다. 스페인 석유기업인 렙솔 등 다른 CEO도 법적·상업적 틀이 마련된다는 전제 아래 "베네수엘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