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의 DNA를 품은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의 견고한 성벽을 넘었다.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오르며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썼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케데헌'은 최우수 애니메이션상(Best Motion Picture - Animated)과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케데헌'은 애니메이션 명가(名家) 디즈니의 '주토피아 2', 픽사의 '엘리오'는 물론 일본의 글로벌 히트작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쟁쟁한 경쟁작을 모두 따돌렸다. 할리우드 외신들은 이번 수상을 두고 "오는 3월 열릴 오스카(아카데미) 레이스에 확실한 청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무대에 오른 매기 강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사실이 벅차다"며 "우리는 완벽한 인형이 아니라, 음식을 갈망하고 실수하며 때로는 엉뚱한 '진짜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작품의 감동은 음악으로도 이어졌다. 주제곡 '골든(Golden)'은 '아바타: 불과 재'의 '드림 애즈 원(Dream As One)', '위키드: 포 굿'의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No Place Like Home)', '씨너스: 죄인들'의 '아이 라이드 투 유( I Lied To You)' 등 블록버스터 대작들의 수록곡들을 제치고 주제가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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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를 쥔 작곡가 겸 가수 이재(Ejae)는 "어린 시절 아이돌 꿈 하나를 위해 10년을 바쳤지만,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자신의 실패담을 담담히 꺼냈다. 그는 "좌절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음악에 의지했다"며 "나의 아픔이 담긴 이 노래가 이제는 세상의 모든 소년 소녀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돕는 희망의 증거가 됐다"고 말했다. 실패한 연습생에서 골든글로브 수상자로 우뚝 선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엄마, 사랑해요"를 외치며 눈물을 쏟았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이병헌)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트로피는 각각 '마티 슈프림'의 티모테 샬라메와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