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이 1200년 세월에도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이 가진 고유의 울림과 진동이 30년 전과 비교해 변함이 없다는 과학적 진단이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해 9월 말 실시한 성덕대왕신종 정기 타음(타종) 조사 결과, 종의 음향 및 진동 특성이 1996년 첫 정밀 조사 당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박물관은 종을 칠 때 발생하는 '고유 주파수'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Beat·소리의 강약 파동)' 현상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고유 주파수는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오차가 0.1% 이내에 불과했다. 이는 기온 변화에 따른 자연적 수치로, 사실상 30년 전과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고해상도 촬영을 통한 표면 점검에서도 미세 균열 등 특이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현재 성덕대왕신종은 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어 산성비, 미세먼지, 급격한 온도 차 등 기후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구조적으로는 건강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위험지대에 놓인 셈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내부 구조의 안정성은 확인했지만, 야외 전시의 한계는 명확하다"며 "이번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종을 안전하게 보호할 전용 전시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