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당 6억4000만원'…회사 매각 후 3467억 '통 큰 보너스' 쏜 사장님

매각 대금 15% 나눈 美 중소기업 CEO
직원 평균 보너스 6억4000만원 지급
보너스에 지역 내 소비도 증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매각되며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민든의 중소기업 파이버본드의 최고경영자 그레이엄 워커. 파이버본드 유튜브

2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이지애나주 민든의 중소기업 파이버본드가 17억달러(2조4562억원)에 매각되며 직원 540명에게 총 2억4000만달러(3467억5200만원)의 보너스가 지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이버본드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는 올해 초 회사를 글로벌 전력·에너지 관리 기업 이튼(Eaton)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의 15%를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조건을 인수 계약에 포함했다. 이에 정규직 직원 540명에게는 지난 6월부터 총 2억4000만달러(3467억5200만원) 규모의 보너스 지급이 시작됐다.

평균 보너스 6억4000만원…보너스 덕 지역 상권도 활기

직원들이 받은 보너스는 평균 약 44만3000달러(6억4000만원)로, 향후 5년간 근속을 조건으로 분할 지급된다. 장기 근속자일수록 지급액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를 앞두고 직원 중 65세 이상은 근속 조건 없이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직원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차량 구매, 대학 등록금 납부, 은퇴 자금 마련 등에 보너스를 사용했으며, 일부는 가족 여행에 쓰기도 했다. 이 자금 유입으로 인구 약 1만2000명의 소도시 민든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30여년간 파이버본드에서 근무한 레시아 키(51)는 봉투를 건네받고 금액을 확인한 뒤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1995년 입사한 그는 당시 시급 5.35달러(7700원)를 받았다. 이후 여러 부서를 거친 후 현재는 시설관리팀을 이끌고 있다. 키는 보너스로 주택 대출을 모두 갚고 인근 도시에 의류 매장을 여는 오랜 꿈을 이뤘다고 밝혔다.

WSJ은 "기업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직원들이 이익을 나누는 사례는 있지만, 지분이 없는 일반 직원에게 대규모 현금 보너스가 지급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번 파이버본드 사례가 특별한 이유"라고 전했다.

파이버본드는 1982년 워커의 부친 클로드 워커가 설립했다. 한때 통신과 전력 인프라 시장 성장에 힘입어 사업을 확장했지만, 1998년 공장 화재와 닷컴버블 붕괴 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회사는 직원 수를 900명에서 320명까지 줄여야 했고, 급여 동결도 이어졌다.

이후 그레이엄 워커와 그의 형이 경영을 맡아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줄이며 회사를 재정비했다.

2013년 파이버본드는 데이터센터용 전력 설비 구조물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회사 전망은 나아졌지만 경영 환경의 기복이 컸는데, 워커는 직원들에게 경영진을 믿고 따라와 달라며, 회사가 성과를 내는 시점이 오면 직원들에게 보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매출이 급성장했고, 최근 5년간 매출은 약 400% 증가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민든의 중소기업 파이버본드. 파이어본드 유튜브

매각 대금의 15% 고집…"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았다" 

워커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모든 인수 희망자들에게 "매각 대금의 15%는 반드시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정확한 비율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10%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워커는 보너스 지급 결정에 대해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과 개인적인 양심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과 나누지 않고 지역 식료품점에 가는 것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세무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인수자 측에서 보너스를 지급하는 구조가 세금과 근속 유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닉 콕스 민든 시장은 "지역 상점에서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파이버본드는 지역 최대 고용주로, 이번 보너스는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커는 올해 말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그는 "언젠가 이 돈이 직원들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