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주시당 ‘여성특구’ 결정에 당내 반발…최고위 안건 반려

시당, 일부 시의원 선거구 여성특구 의결
남구2·서구3·북구3·광산5 등 거론
이명노 “원칙 없는 보복성 컷오프”
최고위 의결없이 반려…다시 광주시당으로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일부 시의원 선거구를 여성 경쟁 전략선거구(여성 특구)로 지정하자 당내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당 최고위원회에 상정된 관련 안건은 의결 없이 반려되면서 판단 책임은 다시 시당으로 돌아갔다.

2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 20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광주 지역 시의원 선거구 20곳 가운데 일부를 여성 특구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여성 특구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후보자 30% 이상 추천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되는 전략공천 방식 가운데 하나다.

이명노 광주시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의 여성 경쟁 전략선거구(여성특구) 지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시당은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지정 선거구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여성 특구 지정 대상으로는 남구 2선거구(현직 임미란), 서구 3선거구(현직 이명노), 북구 3선거구(현직 신수정), 광산구 5선거구(현직 박수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당 결정 직후 반발이 나왔다. 이명노 광주시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출직 평가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과 기준 없이 여성 특구가 지정됐다"며 "지난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역구를 여성 특구로 묶은 것은 사실상 보복성 컷오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청래 당대표가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만큼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시당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 특구 지정과 관련한 안건은 이날 오전 중앙당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최고위는 책임 소재와 판단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당 안건을 의결하지 않았고, 안건은 처리되지 않은 채 반려됐다. 이에 따라 여성 특구 지정 여부에 대한 판단 책임은 다시 광주시당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성 특구 지정은 당헌·당규상 시·도당에 위임된 사무이지만 의무 규정은 아니다. 통상 여성 공천과 관련한 사안은 중앙당 지침이 내려온 이후 시·도당이 집행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중앙당의 사전 지침 없이 광주시당이 선제적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노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앙당 지침 없이 시당이 먼저 특구 지정을 의결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시당 내부에서도 이렇게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최고위원회를 거쳐 판단을 받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을 찾아 중앙당 최고위원들과 접촉했으며 "최고위에 상정된 안건이 반려되면서 판단과 책임은 다시 시당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했다.

당내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당 위원장인 양부남 의원과 지난해 총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김광진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시당 결정을 문제 삼았다. 김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역 평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지역을 여성 특구로 지정하는 것은 특구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컷오프를 자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광주시의회 구성도 논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재 광주시의회는 전체 23석 가운데 민주당이 22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의원은 지역구 8명과 비례대표 2명 등 모두 10명이다. 전체 의원 기준 여성 비율은 약 43%로,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후보자 30% 이상 추천 원칙을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당 최고위원회 논의 결과를 포함해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여성 특구 지정과 관련한 시당의 최종 입장은 오늘 중으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선 정치권 내부에 큰 이견이 없다"면서도 "실제 출마를 준비해온 후보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가 생략되면서 반발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당 최고위원들 역시 지역 의견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안은 초기부터 논란이 이어져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안건 반려는 결론을 미루고 다시 숙고하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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