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단톡방 폭파, 제보자 색출 의혹…민주당의 대응인가

문제 제기 이후의 태도가 그 조직의 수준을 말해준다. 더불어민주당 충남 보령 지역위원회가 어떤 방식으로 비판과 내부 문제를 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현성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민주당 보령 지역 당원 카카오톡 단체방에 참여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민정실장은 민원과 시민사회, 공직 기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의 핵심 보직이다. 그런 인사가 임명 이후 수개월간 정당 지역 조직과 연결된 채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시아경제 보도 후 해당 지역위원회 단톡방은 별다른 설명 없이 '폭파'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단톡방 삭제 과정에서 제보자 색출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부주의를 넘어, 내부 고발과 문제 제기를 원천 차단하려는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의 지역 조직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과 책임이 아닌, 증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없애고 제보자를 추적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이는 민주주의 정당의 기본 작동 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제를 드러낸 사람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누가 알렸는지를 따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공포와 침묵만 남게 된다.

지역 정치권에선 "민정실장이 단톡방에 남아 있었던 것 자체도 문제지만, 단톡방을 폭파 한 것은 심각하다"며 "이게 과연 민주당다운 모습이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지켜야 할 민정실장 문제를 계기로, 지역위원회의 조직 문화와 권력 감수성까지 함께 도마에 오른 셈이다.

신 실장은 "정치 활동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행위 여부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는 구조와 관계 자체를 끊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감찰 기능을 담당하는 민정실장이라면, 그 기준은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개인의 해명이나 단톡방 삭제로 덮으려 한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보자를 찾는 정당, 비판이 나오면 흔적부터 지우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 집권 여당의 도덕적 정당성은 급격히 흔들린다.

정치는 권력을 감시받는 영역이지, 불편한 질문을 제거하는 공간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사안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단톡방에 누가 있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문제 제기 이후 침묵과 삭제, 그리고 색출 의혹만 남았느냐는 점이다.

이게 정말, 민주주의를 말해 온 집권 여당의 대응 방식이라면 국민은 더 날카롭게 묻고, 더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다.

충청팀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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