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한국은행 직원 절반가량이 이창용 한은 총재 임기 중 진행된 중앙은행의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내외에서 한은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답변도 많았다. 그러나 급여나 복지, 인사 등 내부경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한국은행 전경
한은 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조합원 1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2022년 4월 임기를 시작한 이 총재는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총재 재임 동안 전체적인 '정책' 실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매우 우수 13%, 우수 4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답변(개선 필요 4%, 매우 개선 필요 1%)은 5%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물가안정 정책이 임기 중 효과적으로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1%(매우 그렇다 10%, 그렇다 41%)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부정적이거나 입장을 유보한 답변(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은 13%에 불과했다.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에 대해서도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응답자의 49%(매우 그렇다 10%, 그렇다 39%)는 긍정적으로 봤다.
한은 직원들은 이 총재 임기 중 한은의 대내외 위상이 높아졌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응답자의 62%가 국제 위상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국내 위상이 높아졌다고 본 이들도 응답자의 64%에 달했다.
이 외에 총재가 한은의 정책 권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46%), 스테이블코인 대응도 적절했다(42%)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같은 질문에서 부정적 또는 유보적 답변은 각각 17%, 19%에 불과했다.
반면 내부경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았다. 전체적인 '내부경영' 실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7%만(매우 우수 8%, 우수 29%)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이 44%로 가장 많았다.
총재 취임 이후 급여가 개선됐다는 답변은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반면 35%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직원의 복지가 개선됐다는 응답도 31% 수준이었다. 승진 등 인사가 과거 대비 공정했느냐, 임원 인사가 조직 경쟁력을 강화했느냐 등의 질문에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각각 58%를 차지했다.
강영대 한은 노조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이 총재는 적극적인 대외 활동과 정부와의 전례 없는 소통을 통해 그간 한은이 가져온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 그동안 답답한 조직문화 속에 짓눌려온 직원들은 이런 총재의 변화 노력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총재의 손발이 되어 일하는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구조적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한은에 대한 급여예산 통제가 누적되며 지난 5년간 한은 직원의 임금은 시중은행 평균 상승률 대비 11%가 뒤처졌다"며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단체교섭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이제는 한은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정책 수단 확보, 금융기관 검사권 확보에 사활을 걸 때"라며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감독 거버넌스 개혁에 총재직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