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사격 실탄 2만발이 무단으로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일 JTBC 등은 한 광역시체육회 소속 사격팀 감독 A씨가 이같은 혐의를 받고 현재 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 출신으로, 은퇴 후 실업팀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A씨는 지난 2월 국가대표 훈련용 실탄을 입고하기 위해 진천선수촌 사격장 탄약고를 방문한 뒤, 22구경 실탄 10만발 가운데 2만발을 몰래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면은 탄약고 내부 CCTV에도 포착됐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픽사베이
진천선수촌 무기고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시설로, 사격 선수들은 실탄을 사용할 때마다 입출고 기록을 남기고 외부 반출 시에는 경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씨는 관리 직원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이용해 실탄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22구경 실탄은 개조된 사제 총기와 함께 사냥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탄종이다. 이 때문에 암시장에서는 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계 관계자들은 "해당 실탄이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건은 대한체육회의 관리 부실 논란으로도 번졌다. 체육회는 지난해 10월 진천선수촌 무기고에 대한 전수 조사와 현장 점검을 실시한 뒤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추가 경위 파악 과정에서 실탄 일부가 적법한 절차 없이 외부로 반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에 체육회는 지난 18일 공식 사과 입장을 내고, 사격장 관리자와 전수조사·보고 책임자를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과거 발생한 사안의 세부 경위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점은 기관장으로서 유감"이라며 "관련자에 대한 엄정 조치와 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재발을 막겠다"고 전했다.
체육회는 국정감사 후속 조치로 대한사격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으며, 무기고 실탄 입출고 이력을 전면 재조사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수사 기관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와 실탄 유통 경로를 포함해 사건 전반을 확대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