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외화지준 이자 지급' 의미는…'국민연금 대규모 환헤지 대비'(종합)

지급 이자, 美 정책금리 목표범위 준용…현 3.5~3.75%
은행, 외화자금 해외 운용 대비 수익성 면서 유리
이 경우 보다 좋은 조건으로 외화예금 유치 가능…기업·개인 국내 파킹 유인↑
국민연금 내년 대규모 스와프 가능성…대비 위한 포석 역할도
"심각한 수급 불균형 개선 조치…정책 간 시너지 상당할 것"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한시적 이자 지급(외화지준 부리)에 나선다. 목적은 외환시장 안정화와 수급 개선이다.

한은은 미국 정책금리 목표 범위(현 3.5~3.75%) 수준에서 이자를 지급, 금융기관이 보유한 외화자금을 해외에서 운용하는 것보다 더 수익이 나게끔 만들어 외화자금을 국내에 머물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보다 나은 조건으로 외화예금을 유치하게 되면, 기업·개인의 외화자금 역시 국내에 머물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다. '유연한 환 헤지'를 선언한 국민연금이 대규모 외환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 수급 개선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정부도 같은 취지에서 외환건전성 부담금 한시 면제를 결정했다.

외화예금 초과지준에 3.5~3.75% 수준 이자 지급, 기대 효과는

한은은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지준에 대한 한시적 이자를 지급을 의결했다. 이자 지급 대상 기간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로, 올해 12월~내년 5월분에 대해 매월 지급한다. 12월 요 지준이 결정된 후, 초과 지준은 1월 둘째 주부터 적립돼 이에 대한 이자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준용하되, 매일 계산할지 평균 금리를 잡을지 등 구체적인 방식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대 효과는 크게 ▲해외 운용 대비 높은 이자 수익 제시를 통한 금융기관 외화자금의 국내 유입 촉진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자금 운용처 확대를 통한 기관·개인 외화자금 해외 이탈 방지 ▲향후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외환스와프를 대비한 수급 개선 등 세 가지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은행, 리스크 대비 이자수익↑→좋은 조건 외화예금 확대→개인·기업 자금도 '국내 파킹'

윤 국장은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한은에 예치하게 되면 이 자금을 국내에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Fed 정책금리 목표(3.5~3.75%) 수준의 이자 지급은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짚었다. 이 자금이 국내에 머물게 되면, 금융기관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외화예금 등을 유치할 수 있다. 윤 국장은 "기업이나 개인도 해외에 내보낼 자금을 국내에 좀 더 파킹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 헤지, 유연하게 하겠다" 국민연금 대규모 스와프 대비 위한 포석도

국민연금의 대규모 외환스와프에 대비해 미리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두겠단 목적도 있다. 은행이 더 많이 적립한 초과 지준은 외환보유액으로 들어가, 한은과 국민연금 간 스와프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윤 국장은 "최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가 일부 재개된 건 사실"이라며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계약이 연장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발표한 대로 '환 헤지를 유연하게' 하면,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도 이 조치(외화지준 부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 중순부터 초과 지준이 들어온다고 해도 외환보유액 산정 시점이 월말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비가 될 수 있다"며 "스와프 물량 조절 기간 등은 국민연금에서 정하는 것이므로 알 수 없으나, 한은은 스와프 계약에 따라 대응해야 하므로 작동에 문제가 없게 대비(한다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금융기관이 비예금성외화부채에 대해 납부하고 있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을 6개월간 한시 면제한다. 면제 대상 기간은 내년 1~6월(잠정)이다. 은행이 외화자금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도록 하기 위해 해외에서 외화부채를 조달해 공급하는 비용 대비 금리 면에서 10bp 정도 차입 비용 감소 효과를 줬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

"외환시장 안정 대책, 여러 조치 시너지 상당할 것"

윤 국장은 이번 조치가 향후 정부의 추가 대응책 등과 시너지를 내며 상당한 수급 개선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은과 정부는 이번 조치를 선물환포지션제도 개편,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규제 이연 통한 부담 경감,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관련 뉴 프레임워크 모색 등 일련의 조치 중 하나로 도입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 발표 자체보다는 (다양한 대책이) 다 연결돼 향후 관측되는 수급 개선 움직임, 이에 따른 기대 변화 등이 맞물리며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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