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전영주기자
울산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특근을 줄인 현대자동차가 결국 주간 생산 근무 인력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올들어 여러 차례 가동을 중단해 왔지만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인원 구조조정이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미국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은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철회하는 등 전기차 악재가 본격적으로 국내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최근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 의장부(부품 조립 공정)에서 1교대 기준 70명을 감축하는 안에 합의했다. 축소 규모는 해당 라인의 생산인력 327명 중에 약 20%가 넘는다. 감축 인력은 인원수요 분석을 통해 다른 생산 라인으로 전환배치 될 예정이다.
노사는 이와 함께 12라인의 시간당 생산량(UPH)을 27.5대에서 17.5대로 줄이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인원 변동 없이 UPH를 줄이는 '피치다운'을 시작하며, 이번 주까지 전환배치가 정해지면 내년부터 인원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능력을 크게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1만3602대, 수출 7만1837대를 기록했다. 올들어 내수에선 1만4109대로 소폭 늘었지만 수출은 지난달까지 2만9829대로 4만대 이상 급감했다.
특히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로 인해 현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출에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본격 가동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올 3분기까지 누적 생산한 아이오닉 5는 3만9467대로 울산공장 생산량을 뛰어넘었다. 울산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대수는 올 1~3분기 3만39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943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현대차그룹
전기차 부진은 이미 해외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으며 EU도 203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정을 철회하며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동안 전기차 투자 늘려왔던 완성차 업계는 구조조정이나 전기차 출시를 연기하는 식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전기차 공장서 1200명을 해고했으며 일본 닛산도 전기차 생산 시점을 미루고 있다. 포드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로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HEV) 및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순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전기차 대신 EREV 모델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인기 차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판매에 돌입했고, 기아도 내년 1분기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개된 신형 셀토스에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시장에서 가격이나 여러 요소로 인해 전동화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적절히 섞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요 변화에 맞추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