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철회…완성차 업계도 전략 수정

EU·美 등 선진시장 전기차 전환 정책 둔화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생산 전략 재조정
폭스바겐, 독일 내 전기차 공장 폐쇄
포드, 전기차에서 195억달러 손실
전기 픽업트럭 EREV로 전략 수정

유럽과 미국이 전동화 전환 정책 조정에 나서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생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면서 하이브리드(HEV)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고, 유럽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철회를 시사했다. 폭스바겐의 독일 전기차 공장 폐쇄와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중단은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 관련 법 개정안을 제안할 예정인데,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에도 2021년 배출량의 최대 10% 수준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전동화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EU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서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자동차 제조업 비중이 높은 회원국들은 EU의 전동화 정책이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마저 독일 전기차 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유럽 제조업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의 문을 닫는 것은 1937년 창사 이후 88년 만에 처음이다. 폐쇄가 결정된 드레스덴 공장은 전기차 모델 ID.3를 생산해왔으며, 폭스바겐그룹 전동화 전략의 상징적인 생산기지로 꼽혀왔다.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폭스바겐 제공

미국에서는 내연기관으로의 역주행이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HEV 및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선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포드는 순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전기차 대신 EREV 모델로 전환하고 켄터키와 미시간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4분기 손실 규모를 195억달러(약 28조원)로 추정했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함께 테네시와 켄터키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공장을 청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재무 부담이 커지자 각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전기차가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뻔한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하진 않을 것"이라며 "우린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GM은 3분기 실적에서 전기차 계획 변경과 관련해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연합뉴스 제공

이런 변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관련 목표와 배출 규제 조치를 철회·완화하는 조치와 무관치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도입됐던 보조금 성격의 전기차 세액공제 역시 지난 9월 말 종료됐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으로 전기차 수출길이 막히자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2일까지 울산 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서만 10번째 휴업이다.

기아 역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전략 조정에 나섰다. 기아는 신형 전기 세단 EV4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 GT 등의 미국 출시 시점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기는 공백은 텔루라이드 HEV 등 HEV 차량으로 메울 계획이다.

산업IT부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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