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타깃으로 한 주주행동주의, 5년 새 6.6배 증가…'입법 보완 서둘러야'

한경협,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의뢰 보고서
韓기업 상대 주주행동주의, 10개사→66개사
공개서한·위임장 대결·적대적 M&A 등 다양
개인 증가·IT 플랫폼, 주주 결집 촉진
이사회 위축·주주 외 이해관계자 피해 등 우려
"부작용 예방할 입법 보완 반드시 필요"

우리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5년 새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돌파하며, 증시가 활황을 맞음과 함께 활발해진 주주행동주의로 인한 부작용을 미리 막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의뢰해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내놨다고 16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내용을 인용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2020년 10개사에서 지난해 66개사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출한 방식은 공개서한 발송, 위임장 대결, 주주제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요구,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강화, 소송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 다양했다.

주주행동주의가 늘면서 '주주제안'도 활발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총 42개 상장회사에 주주제안 164건이 상정됐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137건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된 원인으로는 '개인투자자 증가'가 꼽혔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약 600만명 수준이던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말 141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개인주주들이 IT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결집하고 있는 동향도 주주활동을 촉진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양대 소액주주 IT 플랫폼(액트·헤이홀더)의 가입자는 16.5만명에 달했다. 소액주주들은 IT 플랫폼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효과적인 지분 결집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 교수는 "주주들이 결집 정도에 따라 최대주주와 동등한 위치에서 서는 것이 가능해졌고 목표기업을 상대로 이해를 관철시키는 사례도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헤지펀드 역시 많은 자금을 지분 확보에 투입하는 대신, 여러 주주세력과 연계하며 손쉽게 행동주의를 전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런 변화가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1, 2차에 걸쳐 이뤄진 상법 개정(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전자주총 병행개최·집중투표 의무화 등)에 이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3차 개정안(자사주 의무소각·권고적 주주제안)까지 통과되면 기업들은 자기주식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사회 재량으로 결정할 안건도 '권고적 주주제안'을 명목으로 주주총회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의 중심축이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결국 상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이사회의 권한과 자율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주주총회가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란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 이슈를 둘러싸고 주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로 변질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재계에선 이런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사후보 추천 주주제안,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 사전 감시와 명확한 규정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우선 이사후보 추천 주주제안과 관련해, 최대주주와 마찬가지로 일반주주가 추천하는 이사 후보자도 상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사의 독립성은 추천인이 누군지에 상관없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재 일반주주 추천 후보자는 추천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정도만 기재토록 하고 있어 부족하다는 것이다. 추천인·피추천인 독립성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상세한 수준의 정보와 거래관계를 사전에 공개토록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법·불법에 관해서도 사전 감시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주들이 현재 금융당국이 개입하기 애매한 회색지대에서 별다른 신고 없이 위임장을 모으는 사례가 간혹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주주들의 책임도 막중한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연대한 주주행동주의에도 주식 대량보유 신고(5%룰 적용) 제도와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 관련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주주의 경영 관여 행위가 회사 이익에 반하거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주주 권한 남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회사에 중요 정보를 입수한 주주가 제삼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공정 거래나 허위정보 유포 등의 시장 교란 행위를 막는 감시체계도 요구되고 있다.

최 교수는 "입법 보완으로 기업도 이사회 운영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선해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와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후보, 양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요건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사전에 공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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