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사라진 국회]토론 사라지고 막말 전쟁터 전락…의원징계안 역대최대 눈앞

22대 국회 여야 제출 총 48건
18대 57건 최고기록 넘을 듯
국회법 위반·인신공격·막말 등

제22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 징계안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토론 대신 막말 전쟁터가 된 국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협치를 복원하려면 절제와 관용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역대 최고치 넘보는 의원징계안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제출한 의원 징계안은 총 48건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각각 23건, 18건 등이다. 2020년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1년6개월 동안 16건이 제출된 것과 비교하면 3배 늘어난 셈이다. 22대 국회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4년간 의원 징계안이 역대 최대치(57건)였던 18대 국회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징계안은 국회법 위반이나 동료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 막말 등이 주를 이뤘다.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격화되면서 국회 내 최소한의 절차와 규범이 무시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핵심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단적인 예다. 지난 9월 민주당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킨 것을 시작으로 법사위는 '극한 상임위'가 됐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사위원장 징계를 요청했고, 민주당 등은 나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로 맞불을 놨다. 법사위는 '상임위에 교섭단체별로 간사 1명씩 둔다'는 국회법을 이행하지 않은 채 사실상 내전을 이어가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안 처리를 위한 토론은커녕 회의 일정을 잡는 실무적 논의조차 사라졌다"며 "다른 상임위에선 언쟁이 벌어질 때마다 '법사위처럼 되고 싶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개탄했다.

여당의 강행 처리와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맞부딪히는 본회의장은 의원 징계안의 불씨가 되고 있다. 최근에 나경원·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의제와 다른 내용으로 의사 일정을 방해(국회법 102조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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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내란 프레임 벗어나야"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가 실패했던 이유는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지목하고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여당도 야당을 반헌법·반민주 세력으로 보고 개혁 법안들을 우격다짐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을 해결한다면 정부·여당이 야당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제와 관용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이라는 카드를 썼고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등으로 제도를 계속 바꾸려고 한다"며 "규범적으로 극단적인 제도를 쓰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것에서 협치의 가능성을 찾았다. 그는 "민주당은 한발 물러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우려가 있는 법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추진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정치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정치부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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