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에 10조원 제련소 짓는다…미국 정부도 2조원 투자

미국의 중국 전략광물 통제 대응 차원
15일 오전 이사회서 투자 여부 최종 결정
미 국방부 참여 땐 경영권 분쟁 판도 변수

고려아연이 미국 남동부에 약 10조원 규모의 전략광물 제련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이 약 2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5일 외교·통상 당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투자안이 통과될 경우 고려아연은 미국 측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현지 제련소를 건설·운영하게 된다. 총투자금은 약 10조원 규모로, JV가 현지에서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 방산 전략 기업들이 약 2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구조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추진된 사업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9월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 준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는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생산 중인 전략광물 상당수를 현지에서 생산·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는 부지 43만평(142만㎡)에 연 120만t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제련소다.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한 통합 제련 방식으로 아연뿐 아니라 다수의 전략광물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 제련소 역시 이 같은 복합 제련 모델을 축소 적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려아연 경영진은 아시아경제에 국내 제련소의 통합 제련 역량을 약 3분의 2 규모로 미국에 구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미국이 특정 금속이 아닌 복수의 전략광물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제련 역량 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련소 부지는 미국 측과 60여 곳의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남동부 지역 주요 도시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용수와 전력 조달이 용이해 제련소 운영에 적합한 입지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투자 구상을 최근 사외이사와 정부 측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는 지난 8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언급한 '미국과의 전략광물 협력 구상'을 구체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당시 고려아연은 미국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에 게르마늄 생산설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영풍·MBK파트너스와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 국방부가 고려아연 관련 법인의 주주로 참여할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한 민간 기업을 넘어 미국의 경제·안보 공급망에서 전략적 자산 성격을 띠게 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향후 고려아연을 둘러싼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변화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고, 경영권 경쟁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IT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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