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학년도 수능 폐지'…정근식 '현 5학년부터 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도입'

10일, 서울시교육청 '미래형 대입제도 제안'
2033학년도, 수능 서·논술형 도입
"단계적으로 수능 폐지…역량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현재 고등학교 1학년(2009년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30~40%인 수도권 대학들의 정시 비율을 낮춰 '수능' 의존도를 줄여나간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2014년생)이 대상인 2033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수능과 내신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최종적으로는 올 5세(2021년생)부터 적용되는 2040학년도에 수능을 폐지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오전 서대문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형 대입제도'를 제안했다. 지금과 같은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로는 공교육 정상화와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학령인구 급감·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고교학점제 안착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대입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와 다가오는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인구절벽의 위기는 기존의 선발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경쟁'이 아닌 '협력'을,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만의 '성장'을 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대입제도 개편 주요 내용은 ▲내신 평가 체제 개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대입 전형 개선 ▲고교교육 개혁 방안이다. 특히, 올해 도입된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현 고1에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을 시작으로 2033학년도, 2040학년도 등 3단계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르면 우선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진로·융합 선택과목'의 내 신평가를 절대평가로 즉시 전환한다. 절대평가를 전제로 만들어졌던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면,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 병기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 권고 기준도 폐지한다. 앞서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특혜 논란 이후 2022학년도부터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 선발 비중을 40% 이상으로 권고해 왔다. 이러한 정시 선발 비율 권고 기준을 없앤다는 것은 대입에서의 수능 영향력 감소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수시모집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영재학교 등의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지역 균형 선발' 제도를 확대해 '특목고 힘빼기'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고교 서열을 완화한다는 복안이다. 자율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정 교육감은 "정시 모집의 증가는 수능 준비를 위한 고교생의 학업 중단뿐 아니라 대학생의 학업 중단으로도 이어져 N수생 증가로 인한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켰다"면서 "이제는 고교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학이 가능한 대입제도를 통해 학생 성장과 역량 함양 중심의 고교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어머니가 수험생 자녀를 격려하고 있다 2025.11.13 강진형 기자

연합뉴스

이후의 대입제도 전면 개편은 현재 초5학년 학생들이 대상인 '2033학년도 대입'부터다. 이때부터는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확대한다.

현행 9등급 상대평가(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는 제외)인 수능을 5단계로 절대평가로 바꿔, 대입전형을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전면 개편하고 수능은 대입전형의 보조 요소로만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신과 수능에선 서·논술형 평가를 실시한다. 내신의 경우, 각 교과 지필평가에서 서·논술형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7학년도 30%에서 2028학년도 40%, 2029학년도 50%로 늘린다. 초5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학년도 이후에는 이 비중을 50% 이상 확대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다면적 역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역량중심'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AI 자동채점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는 수능에도 도입된다. 기초학업 성취 확인을 위한 선다형 문항과 함께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과정, 문제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비중은 2033학년도에 30%에서 2035학년도 40%로 늘리고, 2037학년도에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수시·정시로 나뉜 이원 구조를 하나로 통합해 치르고, 대입전형 일정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정규 교육과정 이수 후 실시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현재 고3 교실서 나타나는 공동화 현상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 과제와 연계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이 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우선 선발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의 지역 기반 선발 전형 도입도 제안했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대입에서 '수능'을 완전히 폐지한다. 이 시기는 고등학교 학령인구(15~17세)가 절반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2040학년도다. 올 5세부터가 이에 해당된다.

정 교육감은 "2040학년도에는 고등학교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선발'을 위한 대입 변별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때에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안착을 바탕으로 수능을 폐지하고, 학생 성장 이력 중심의 대입 지원 체계를 정착시킨다. 대학은 문제은행식 범교과 융합형 면접 혹은 서·논술형 평가를 대입 전형의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실시 여부 및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육감은 "오늘 이 제안이 단순히 하나의 주장으로 끝나지 않도록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대학,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범사회적 거버넌스 구축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시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최종 단계가 아닌, 성장의 길을 여는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사회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