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후보 추천 과정이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될 만큼 외풍이 있었으나 실적 반등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내부통제 설계 등 성과를 거둔 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선택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 등 여권에서 압박이 있었던 만큼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출 것으로 보이며 지주 내 은행 실적 부진도 만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BNK금융지주 임추위는 8일 심층 면접 실시 후 임추위원 표결을 통해 차기 회장으로 빈대인 회장을 추천하고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광주 BNK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종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크관리 기조에 기반한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지역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룹 경영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었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외풍으로 인해 빈 회장의 연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에 자기 사람들을 채워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비판했으며 이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재차 밝혔다. 지난 4일에는 민주당 부산지역 원외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이 "빈 회장이 임명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추위를 통해 연임을 추진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주주들의 반발도 있었다. 같은 날 BNK금융 지분 약 3%를 보유한 라이프자산운용이 주주와의 소통 부족을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외풍이 불어올 때마다 BNK금융 임추위는 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승계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주와의 소통과 관련해서도 "최종 후보자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3년 경영계획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 설명회와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 추가 회의를 열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추위가 빈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택한 이유로는 실적 호조와 밸류업 성과가 꼽힌다. 빈 회장이 2023년 취임한 이후 BNK금융은 각각 6303억원과 80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순이익 77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인 2022년(810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주주환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23년 8월 BNK금융은 지방금융지주 최초로 중간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 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해 빈 회장 취임 당시 6510원(2023년 3월31일 종가 기준)에서 현재 1만5470원(8일 종가)으로 137.6% 증가했다. 취임 직후 일어난 경남은행 30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기업여신 등 고위험 업무 전반의 결재·전결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윤리경영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체계를 재설계했다.
빈 회장의 향후 과제는 정부 정책 흐름에 맞는 그룹 차원의 전략을 이행하는 것이다. BNK금융 임추위도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도로 격상될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생산적 금융 등 정부 정책 대응 역량도 주요 인선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빈 회장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만나 해수부와 BNK금융 간 상호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BNK금융은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해양수도 부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사적 대응 전략 패키지를 즉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빈 회장은 이를 위해 '그룹 해양도시 전략 수립 태스크포스(TF)'를 긴급히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별법 통과를 기념해 특판 예금을 출시하고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및 해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해수부 임직원 대출 전담 사업자로 부산은행이 선정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북극항로 개척 추진 정책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BNK신해양강국 펀드를 출시했으며 동남권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2조원 규모의 투자도 검토한다. 부울경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은행 실적 부진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빈 회장 취임 후 BNK금융 자체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개선의 상당 부분은 비은행 부문이 이끌었다. 올해 BNK캐피탈·BNK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는 전년 동기 대비 419억원 증가한 166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반면 은행(부산·경남은행)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67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