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붕괴' '부자들에 과세를'…찰스 3세 썼던 왕관에 음식물 테러

영국 런던탑 진열 '제국 왕관' 공격당해
10대 포함된 단체, 음식물 뿌리며 시위
"초부유층, 정당한 대가 치를 때" 주장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대관식 때 썼던 '제국 왕관'이 담긴 진열장에 음식물을 뿌리는 시위를 했다가 런던에서 체포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런던경찰청은 "런던탑에 전시된 제국 왕관 진열장에 애플 크럼블과 노란색 커스터드 크림을 뿌린 시민 단체 '권력을 되찾자(Take Back Power)' 회원들을 붙잡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시민단체 '권력을 되찾자(Take Back Power)' 회원들이 런던탑에 전시된 제국 왕관 진열장에 애플 크럼블과 노란색 커스터드 크림을 뿌린 뒤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부자들에게 과세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공식 홈페이지

해당 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들은 전시관에 들어가 가방에 담겨 있던 애플 크럼블을 꺼내 진열장 유리에 던지거나, 커스터드 액체를 진열장에 반복해서 부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부자들에게 과세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애플 크럼블은 으깬 사과와 밀가루, 버터 등을 섞어 만든 영국의 대표적 디저트로, 보통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먹는다.

진열장에 음식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시위자들은 "영국은 무너졌다. 우리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이 나라의 보석을 상징하는 이곳에 왔다"고 외쳤다. 한 19세 시위자는 "영국은 우리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나간 바로 그 거리에 노숙자들이 지나간다"며 "이 나라엔 집 없는 사람보다 빈집이 더 많다. 초부유층이 정당한 대가를 치를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찰스 3세가 지난해 의회 개회식에서 왕관을 쓴 모습. AP연합뉴스

'제국 왕관'은 영국 군주제의 상징으로 지난 1714년 조지 1세(1714~1727)의 대관식부터 사용됐다. 해당 왕관은 지난 1937년 조지 6세 기념식 당시 좀 더 가볍고 착용하기 편하게 다시 제작됐다. 왕관은 1.1㎏으로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등으로 장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정치적인 명분에 시선을 끌기 위해 예술 작품과 진귀한 보물 등을 표적으로 삼는 시위의 일환이다. 지난 9월 환경 운동가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페인트를 뿌렸고, 지난 2022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한 남성이 "지구를 생각하라"고 외치며 '모나리자'에 케이크를 던졌다.

또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엔 토마토수프가,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명화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가 날아들었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소장한 페르메이르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는 접착제를 바른 손과 머리카락을 문지르거나 토마토소스를 투척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호주 멜버른 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도 그간 비슷한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됐다.

가디언은 "영국 왕실의 왕궁이자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앤 불린, '유토피아'의 저자인 16세기 정치가 토머스 모어 등이 처형된 감옥으로 잘 알려진 런던탑의 왕실 보석 전시실은 이번 시위 직후 폐쇄됐다가 다시 개방됐다"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