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많이 낳아라'…성별 알려주면 '의사면허 박탈' 초강수 둔 베트남

베트남, 남아선호 문화로 성비왜곡 심화
'태아 성별' 알려주면 의사면허 박탈
두딸 가정 지원·성별선택 규제 등 추진

베트남이 심화하는 남아선호 현상과 그에 따른 출생 성비 불균형을 국가 차원에서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 인구정책 개편에 나섰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거리 풍경. 픽사베이

최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는 베트남 정부가 총 125조동(약 6조9700억원) 규모의 건강·인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030년까지 출생 성비를 109명 미만, 2035년까지 107명 미만으로 낮추는 목표가 핵심이다.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의미한다.

현재 베트남의 성비는 자연 성비(104~106명)를 크게 웃돌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평균은 111.4명이며, 북부 지역에서 불균형이 특히 두드러진다. 수도 하노이는 118.1명에 이르고 박닌성·흥옌성·타이응우옌성 등 일부 지역은 120명을 넘어선다. 유엔 인구국 통계에서도 베트남은 2023년 기준 217개국 중 네 번째로 성비 불균형이 큰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이 과거 남아선호 문제를 극복하고 2023년 105명 수준으로 안정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깊이 뿌리내린 유교적 남아선호 문화를 꼽는다. 베트남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경제활동참가율과 여성 임원·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 평균을 웃돌지만 가정 내 인식은 과거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도시, 빈부·교육 수준을 불문하고 '아들이 가계를 잇는다'는 전통 관념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역에서는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유명 사찰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일부 사찰은 방문자의 간절함을 악용해 남아를 점지해준다는 신에게 바칠 제물 등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딸 낳기 장려'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보건부는 지난 7월 인구법 초안에서 농촌·취약계층 중 두 딸을 낳은 가정에 현금 또는 생필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퐁·허우장·박리에우 등 일부 지방정부는 이미 유사한 정책을 시범 도입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성별 선택 관행을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한다.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 면허 박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정비하고, 성별 선택 시술 등에 부과되는 행정벌도 기존 3000만동(약 170만원)에서 최대 1억동(약 558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부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호앙티톰 보건부 인구청 부국장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4년에는 15~49세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명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통계청 역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성비 불균형은 오히려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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