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이세령기자
경상남도가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기회발전특구 사업시행자인 SK오션플랜트의 지분 매각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경남도는 1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를 사모펀드인 디오션 자산운용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표명한다"라고 발표했다.
김명주 경남도 경제부지사가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기회발전특구 사업시행자인 SK오션플랜트의 지분 매각 추진에 대한 경남도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세령 기자
김명주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자본조달 능력이 의문이고 해상풍력이나 조선업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현재 60% 공정률로 5000억원 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변경 또는 해제되는 등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또 "해상풍력사업에 발을 뺀다는 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게 된다"며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해상풍력사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고, 해상풍력사업 핵심인 하부구조물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수십조 원에 이르는 시장을 외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수익률을 최우선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매각 이후 근로자 고용 승계와 협력업체 계약 유지가 불확실해질 가능성,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때의 소홀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 부지사는 "경남도와 고성군은 SK오션플랜트의 장기 투자계획을 믿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물론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게 노력했다"며 "사전 상의도 없는 일방적 매각 결정은 ESG 경영을 최우선 하는 SK가 취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산업 투자나 지분 매각은 기업의 자율영역이며 기업의 경영 자유권은 존중돼야 한다지만, 지역사회의 큰 희생과 전폭적 행정 지원을 받고 사업을 한 경우엔 최소한 지역민과 지역사회와 협의가 먼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고성군 소재 SK오션플랜트 야드에서 제작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모습. SK오션플랜트 제공
경남도에 따르면 방위산업체인 SK오션플랜트는 관련 법령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으로부터 방산업체 매각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한다.
또 양촌·용정산업단지 기회발전특구 사업시행자이기 때문에 매각 시 특구 사업시행자 변경에 해당해, 지방산업단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를 승인받아야 한다.
김 부지사는 "매각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사모펀드가 자금조달 계획, 사업 수행 능력, 방산 사업 능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신생 사모펀드가 아니라 대기업이라도 철저한 검증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향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주가 안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국산 기자재 사용 비율을 절반까지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해상풍력발전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 부지사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지역 조선산업 경쟁력과 해상풍력이란 우리나라 미래성장동력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SK에코플랜트는 3년 전 SK오션플랜트 인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와 대한민국 해상풍력산업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경남도는 그간 고성군과의 합동 기자회견과 도의회 긴급현안 관련 답변 등을 통해 SK오션플랜트 매각을 공식 반대해 왔으며, SK오션플랜트 등 SK그룹,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측과 접촉해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고 매각 시 기존 방위산업과 기회발전특구 유지의 어려움 등을 전달했다.
도내 해상풍력·조선·해양 전문 기업인 SK오션플랜트는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 일원에 1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해상풍력 특화 생산기지가 들어설 부지는 지난 6월 경남 제1회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수산자원보호구역 해제, 산지 전용 허가 등 규제를 완화하고 국도 77호선 확장 포장 및 선형 개량, 특구 단지 진입도로 개설, 일자리 연계형 지원 주택사업, 각종 인허가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엔티를 인수해 SK오션플랜트로 이름을 바꾼 지 3년 만에 지분 매각에 나섰고, 지난 9월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해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디오션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