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 결국 국가 나섰다…6개월 간 무려 '6063마리' 곰 포획

곰 습격 잦아…日아키타현에 자위대 투입
대형 덫 설치, 포획된 곰 운반 등 작업

일본 정부가 곰의 습격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혼슈 북부 아키타현에 자위대원을 투입해 지원하기로 했다.

5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육상자위대는 이날 오후 아키타현 북부 가즈노시와 협정을 맺고 지원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자위대원이 곰 피해 때문에 투입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방위상은 전날 "자위대의 본래 임무는 국방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관점에서 사태의 특이성도 고려해 필요한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며 "지원할 지역이 준비를 마치는 대로 순차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스즈키 겐타 아키타현 지사는 "마을로 내려오는 곰을 지자체 행정력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며 방위성에 자위대 파견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방위성은 아키타현 아키타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아키타주둔지의 대원을 곰 퇴치 활동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자위대원들은 대형 덫 설치, 포획된 곰의 운반 등 작업에 투입되며 무장 포획이나 사살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자위대는 아키타현과 조율을 거쳐 가즈노시를 시작으로 준비 상황에 맞춰 투입 지역도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 대원이 5일 일본 아키타현 가즈노에서 곰덫을 설치하는 연습을 하는 동안 군용 차량 옆에 서 있다. 가즈노(일본)=로이터연합뉴스

올해 4월 이후 아키타현에서는 곰 때문에 4명이 숨졌으며, 60명이 다쳤다. 4일 새벽에는 아키타시 주택가에서 신문 배달 중이던 70대 남성이 곰의 공격을 받아 오른손과 눈 부근을 다치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으로, 지난해 6명의 두 배에 이른다. 또 지난 4~9월 지자체나 경찰 등이 보고한 곰의 출몰 건수는 2만792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31.3%나 늘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다 건수다. 같은 기간 포획된 곰도 6063마리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6개월간 포획된 곰 6063마리

올해 일본은 민가까지 접근해 사람을 공격하는 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이유는 장기간에 걸쳐 곰의 개체 수가 늘어난 데다 곰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등 숲의 나무 열매가 올해 흉년을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키타현만 보더라도 지난달 26일 가즈노시의 민가에서 85세 노인이 곰에게 습격당해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현청 소재지인 아키타시에서도 도심에 곰이 나타났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 동안 아키타역 인근 공원에서 곰이 계속 목격되자 시 당국에서 공원을 일시 폐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아키타현 내 유자와시 중심가에 나타난 곰이 남성 4명을 공격했는데, 이 곰은 민가로 숨어들었다가 약 120시간이 지난 지난달 25일 새벽 덫에 포획됐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곰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처음으로 각료 회의로 격상해 열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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