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나왔지만… 마약류 식욕억제제 매년 2억정 이상 처방

매년 2억정 5년간 10억정 넘어…여성 90%
청소년도 55만여정 처방…BMI 기준 느슨해 남용 우려
김선민 "선진국 수준으로 처방 기준 재정비해야"

기사 본문과 무관한 약 이미지. 픽사베이

지난 5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누적 처방량이 10억정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환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고 10대 이하 청소년 6000여명도 50만정 이상이 처방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상반기 마약류 식욕억제제 누적 처방량은 10억3365만정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처방량은 2021년 2억4342만정에서 작년 2억1713만정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매년 2억정 이상이 처방되고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도입 이후에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사용 추세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주요 성분별로는 작년 기준으로 불면, 불안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펜터민을 70만명, 펜디메트라진을 50만명, 암페프라몬을 7만명 이상이 처방받았다.

미국 보건의료연구품질국(AHRQ)의 2023년 의료비지출패널서베이(MEPS)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펜터민 복용자는 약 107만명(미 인구 대비 0.31%)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작년 펜터민 복용자는 70만명(인구 대비 1.35%)으로 인구 비율상 미국보다 약 4.3배 높았다.

식욕억제제 처방환자 108만명 중 여성 환자는 96만9341명(89.7%)으로 남성(11만1516명)의 9배 가까이 많았다. 10대 이하 청소년 5899명에게도 55만여정의 식욕억제제가 처방됐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느슨한 식욕억제제 처방 기준이 지목된다.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7∼35 이상에서만 처방을 허용한다. 영국, 프랑스의 경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자체가 금지돼 있다.

반면 한국은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 지침상 BMI 23 이상을 비만 전 단계로 인정해 사실상 광범위한 처방이 가능하다.

김선민 의원은 "사회적 외모 압력과 의료적 판단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식욕억제제는 연간 2억정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며 "청소년과 여성 중심의 오남용, 느슨한 BMI 기준, 미비한 사후 관리체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청소년층의 식욕억제제 처방 실태에 대한 심층 조사와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며 "국민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위해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처방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