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실험실로 신약 강국 터 닦을 것'

제약바이오協, 올 11월SDL 교육 사업 추진
표준희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인력·자원 부족 문제 극복할 SDL"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신약 개발·임상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뛰어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SDL(Self-Driving Laboratory·자율주행 실험실)' 교육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의 한 물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이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 제약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SDL은)스스로 운전하는 실험실"이라며 "AI가 실험을 설계하면 로봇이 이를 실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다시 AI에 피드백하는 폐쇄형 루프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반복 학습을 통해 최적의 합성 조건을 빠르게 찾아내고,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AI 교육이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 원리에 머물렀다면, SDL은 실물 실험 자동화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실험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축적되면서 모델이 정교해지고, 탐색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AI신약융합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교육 및 홍보 사업' 과제를 수주해 국내 최초로 SDL 교육 인프라를 도입한다. 현재 협회 내에 교육장을 건설 중이고 올해 11월 중으로 교육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DL 교육은 단순한 실험실 구축을 넘어 '교육 생태계' 마련에 방점이 찍혀 있다. 표 부원장은 "한국은 아직 글로벌 빅파마처럼 거대한 내부 생태계를 갖추지 못했다"며 "신기술 도입과 확산을 촉진하려면 기업 연구원과 대학원생들이 AI 및 로봇 기술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이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SDL은 신약 개발에서 있어 한국 산업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개발을 성공시키려면 본래 지속적인 검증과 반복 실험을 수행해야 하기에,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SDL은 24시간 자동화된 실험 수행과 체계적 데이터 축적을 가능케 한다. 표 부원장은 "사람 중심의 연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면서 연구의 재현성을 높이고 탐색 시간을 단축한다"며 "이는 결국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 대상은 제약사 재직 연구원은 물론 대학원생까지 포함한다. "학생들이 SDL을 경험하면 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기업은 신기술 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에 신기술 도입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표 부원장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글로벌 협력에도 나섰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 등이 참여한 '액셀러레이션 컨소시엄'과 MOU(양해각서)를 체결, 공동 연구와 교육을 준비 중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연구 협력 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표 부원장은 "해외 연구자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교육을 함께 진행함으로써 한국 기업과 학생들이 세계적 흐름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DL 교육은 단순한 훈련 과정이 아니다. AI와 자동화, 데이터 전략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과정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프라와 인재가 필요하다. 표 부원장은 "SDL은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촉진제"라며 "이를 경험한 연구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산업의 체질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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