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미국 현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1월부터 7월까지 미국에서 총 45만8784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0만7308대) 대비 12% 넘게 늘었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25만484대를 만들어 전년 동기(20만2908대) 대비 23.4%나 급증했으며, 기아는 전년(20만4400대)보다 1.9% 늘어난 20만8300대를 생산했다.
현지 생산 증가는 미국 관세 영향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1분기 월평균 3만5000대를 생산해오다 미국에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 4월과 5월에 생산량이 4만대를 넘었다. 기아도 4,5월 각각 3만300대, 3만1400대를 생산하며 월 최고치를 찍었다.
현지 생산 증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이 처음으로 8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량은 2023년 72만7000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71만5732대로 줄어든 상태다.
미국 생산이 늘면서 국내 수출은 감소했다. 1~7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80만1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만4182대 보다 8.3% 하락했다.
향후 관세 영향이 지속되는 만큼 현지 생산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 지난해 70만대인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120만대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부품 소싱 다변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 현재 200여개 업체로부터 부품 견적서를 받아 국내 수출과 현지 소싱 등을 놓고 최적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 대응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도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현재 글로벌 7위인 국내 자동차 생산량(412만대)을 2030년까지 5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5위는 독일로 442만대를 생산, 30만대가량 차이 난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지 생산을 막을 순 없다"면서 "국내 생산 체제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