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금융감독원이 이찬진 원장 주재로 다음 달 11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CEO 간담회를 연다. 네이버·카카오·토스(비바리퍼블리카)·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대표들에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장이 전자금융업 계열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핵심 계열사 CEO를 직접 부른 것은 처음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원에서 취임사를 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27일 금융감독당국과 IT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에게 달 11일 여는 간담회 참석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5개 회사에 참석 가능한지 문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공식적인 참여자와 장소, 안건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예정대로 열리면 이 원장 취임 29일 만에 빅테크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는 취임 80일 만에 간담회를 열었던 전임 이복현 원장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참여자 직위와 기업 규모도 이전보다 격상됐다.
2022년 8월30일 열린 이복현 원장과 빅테크·핀테크 간담회 참석자는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변영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상 빅테크),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임종윤 에임스 대표, 예창완 카사코리아 대표,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다. IT그룹 계열사나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모기업 CEO가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참여 요청을 받은 5개사는 CEO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5개사 모두 다음 달 11일 참석을 현재 확정하지는 못했으나 금감원이 CEO 전원 참석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준비 중이라고 회신했다.
업계에서는 첫 간담회인 만큼 인사와 함께 현안에 대한 간단한 의견 공유와 업계 애로사항 등의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안건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내부통제 강화, 디지털 취약계층 등에 대한 소비자보호 강화 메시지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경제 진흥 정책 화두가 AI고 신임 원장이 강조하는 분야가 소비자보호인 만큼 이 주제는 짧게라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배달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상한제를 포함한 빅테크의 상생금융 관련 안건에 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카드·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 수수료율 체계 등이 다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수수료 문제까지 심층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 체계를 강화하고 의무 공시 업체 대상도 늘릴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여하는 5개사 모두 수수료 의무 공시 대상인 간편결제 계열사(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 및 토스페이먼츠·쿠팡페이·우아한형제들)를 보유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배민, 쿠팡까지 참석하라고 금감원이 요청한 건 배달 앱 수수료 상한제와 간편결제 수수료 체계 문제를 안건에 올린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서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8월28일), 보험(9월1일), 저축은행(9월4일), 증권(9월8일), 빅테크(9월11일) 순으로 간담회를 이어간다. 여신업계 간담회만 9월16일 화요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