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LH 개혁…관전포인트는 교차보전 해소·조직통폐합

정부, LH 개혁 TF 구성
택지 민간매각 진단·개선방안 강구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반에 걸쳐 '개혁'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LH 직원 비위나 전관 문제 등으로 촉발됐던 고강도 혁신방안과 달리 이번에는 현 사업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손보기 위해 임시조직(TF)까지 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거의 개선 조치가 흐지부지됐던 전례가 있는 데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부동산 체제 이슈와 얽힌 터라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LH의 택지 민간매각과 관련해 문제를 진단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부터 문제 삼았던 LH의 '땅장사' 사업에 메스를 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기관 개편 필요성을 주장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LH의 경우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하는 등 강도 높은 개편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교차보전 문제는 공감…해소 관건은 재원

LH의 교차보전 사업 구조는 그간 안팎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교차보전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손실을 메우는 구조를 말한다. LH가 수익을 내려면 택지를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땅값을 비싸게 팔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LH가 교차보전 사업구조를 통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관리할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고 비용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택지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현경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LH 개발이익 발생구조와 교차보전 체계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최근 교차보전 체계의 지속가능성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수익구조 변화, 투자·회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공영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LH가 직접 개발주체로 나서고 이후 운영·관리까지 도맡으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LH가 개발 주체로 나서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보완해야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 대규모 택지조성 사업의 경우 기간이 오래 걸리고 돈이 많이 든다. 현재 대부분 택지조성 사업의 경우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 예산이나 기금 지원을 못 받는 구조다. LH가 회사채 발행 등 자체 재원을 통해 진행해 왔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현재 교차보전 방식의 사업구조는 택지 조성 후 도로·하천·공원 등 절반가량을 지자체나 국가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한편, 일부는 공공주택으로 짓고 나머지 3분의 1가량을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얻는다"며 "LH가 택지 매각을 못 하게 된다면 택지 조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공공주택지구연합 소속 관계자들이 3기 신도시 철회를 촉구하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LH 지역본부 쪼개 지방공사로 넘겨야"

LH 지역본부 단위를 쪼개 지자체나 지역 개발공기업으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다시 불거졌다. 물량 중심의 주택 공급보다는 지자체 단위에서 보다 세밀한 주거정책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라는 관측에서 나온 지적이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김세용 고려대 교수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광역 지자체 공기업과 LH 지역본부를 통합해 각종 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한편, LH는 큰 틀에서 주거복지 정책에 전담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 새 정부가 힘을 주는 지역균형발전과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그간 언론기고문 등에서 일본의 도시재생기구(UR) 사례를 들어 LH 개발업무 권한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정부의 LH 개혁 방향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갖는지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 교수의 구상대로 지역본부 단위로 쪼개진다면 2009년 통합(토지공사·주택공사) 이후 가장 큰 조직변화가 될 전망이다.

LH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사회 구성원이 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민간에 넘긴 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이 건설사나 수분양자에게만 돌아가는 점도 이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부분이다. 특정 집단이 개발이익을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시장·도지사를 지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현한 게 '개발이익 도민환원제'다. 새 정부 국토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상경 1차관은 과거 교수 시절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분석하며 이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이 펴낸 '공공개발이익 국민환원제 도입'에서 "개발사업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발전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며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이라기보다는 사업 시행자의 노력과 공공의 인허가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을 하는 주체에 따라 정책 목표를 차등화하는 방안, 사업단위별로 개발이익을 산정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를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건설부동산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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