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프리미엄 20년 만에 최저…신흥국 국제 채권 발행 러시

미 금리인하 가능성 커지자
신흥시장채권지수 스프레드
20년 만에 2% 미안으로 줄어

신흥국(EM·Emerging Market) 기업들이 국제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신흥국 채권의 위험 프리미엄이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이 틈을 타 신흥기업이 채권을 서둘러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베팅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JP모건과 S&P글로벌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기업 및 은행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최소 2500억달러(약 347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1년 한 해 전체 발행량에 근접한 수준이다. JP모건은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기업의 국제 채권 발행 규모가 약 3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하면 최대 43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급증세는 위험 프리미엄(금리 스프레드) 축소에서 기인한다. 위험 프리미엄은 안전자산 대신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투자자가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을 뜻하며 이것이 축소됐다는 것은 투자자가 위험을 덜 인식한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채권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위험 프리미엄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흥국 국채 금리는 여전히 약 6% 수준으로 높지만, 올해 들어 미 국채 금리가 재정적자 확대와 수요 부진으로 큰 폭으로 뛰면서 격차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채권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JP모건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스프레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2%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선진국과 비교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았던 신흥국 기업 입장에선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사우디아바리아와 멕시코를 포함한 일부 정부도 국내 투자 및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의 정부 부문 국제 채권 발행 규모는 약 1600억달러로 증가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이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한층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예측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그동안 발행을 미루던 신흥국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에 복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 둔화 신호 등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빠른 낙관론에 베팅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 EM 자산은 달러 약세 덕분에 큰 랠리를 보였지만, 달러가 반등하고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부상하면서 위험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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