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수출 9.5% 증가…트럼프 관세 앞둔 '선출하' 효과 주목

수입은 200억달러로 1.8% 증가
무역수지는 6억달러 적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1일부터 모든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8일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을 앞둔 자동차와 콘테이너가 선적 대기 하고 있다. 2025.7.8. 강진형 기자

한국의 7월 초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의 통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출 기업들이 '선출하'에 나선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이 19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억8000만달러(9.5%)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00억달러로 1.8%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를 견인한 품목은 선박(134.9%), 반도체(12.8%), 승용차(13.3%) 등으로, 특히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19.7%를 차지해 전년 대비 비중이 0.6%포인트 상승했다. 수입은 원유(4.9%), 기계류(17.2%), 가스(21.9%) 등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별 수출에서도 중국(6.2%), 미국(6.1%), 유럽연합(EU·3.6%) 등 주요 시장에서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34억달러로 전체의 17.7%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에서의 수입은 13.1% 감소하며 양국 간 무역수지 흑자 폭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물량을 앞당겨 출하한 이른바 '선출하' 효과가 이번 수출 증가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4일부터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기존 25%에서 두 배인 50%로 관세를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협상 실패 시 오는 8월1일부터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한국 수출기업엔 이중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관세 시행 전 수출을 서두른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고율 관세 시행을 시사한 시점과 이번 수출 증가가 겹친다"며 "향후 관세 인상으로 수출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입의 경우 미국·대만 등에서 감소세를 보인 반면, EU(18.3%), 일본(6.8%) 등지에서는 오히려 증가해 수입 다변화 조짐도 엿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미·중 갈등 및 미국발 불확실성에 대비한 공급망 조정의 결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무역수지 악화에 대비해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협상팀을 미국에 급파, 관세 완화 협상에 나선 상태다. 관세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수출 흐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속에, 단기 통계 호조의 이면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