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관세 부과, 국내 물가엔 하방 압력…인플레 낮출 가능성'

한은, '최근 주요국 물가상황과 미국 관세정책의 향후 물가 파급영향'
美 관세에 대한 관세 대응 유보적인데다
미·중 수출 비중 높아…수요 부진 등 하방압력 우세
中 수출전환 땐 추가 물가하락 가능성

미국의 관세정책이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중 수출 비중이 높고 미국의 관세부과에 맞관세가 아니라 유보적으로 대응하면서 수요 부진 등 하방 압력이 우세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 수출 물량을 우리나라 등 여타국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은 '최근 주요국 물가상황과 미국 관세정책의 향후 물가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주요국 경제의 성장 전망뿐 아니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세 부과에 따른 교역 위축은 세계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원자재 수요도 낮춘다는 점에서 물가 하방압력 요인이다. 반면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비용 상승은 물가에 상승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한은은 이 같은 물가 파급효과는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관세 부과 당사자인 미국은 수입 최종재를 통해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수입 중간재를 통해 기업 생산비용을 높여 물가에 상방압력이 더 크다. 실제로 승용차·IT 기기 등 주요 수입품 관세율이 큰 폭으로 오르자, 소비자물가에 약 4개월 선행하는 PMI 산출가격지수가 4월 54에서 지난달 59로 상승했다. 미 관세 대상 품목이 늘어나고 관세율도 높아지면서 소비재는 물론 수입의존도가 더 높은 자본재(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 분석에 따르면 38%)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부과에 관세로 맞대응하는 국가 역시 물가상승 요인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캐나다의 경우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며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7%까지 낮아졌으나 자동차 등 일부 상품 가격을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며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 맞대응에 유보적인 기타교역국의 경우 미 관세정책이 수요충격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달 전망에서 미국 관세부과의 인플레이션 하락 영향을 향후 2년 내 0.2%포인트로 추정했다. 일본은행 역시 내년 CPI 상승률을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과 같이 미·중 모두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역시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물가 하방압력이 우세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봤다. 특히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로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우리나라 등 여타국 수출로 전환될 경우 추가적인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관세부과 품목이 미국에서 인도·한국·유럽연합(EU)·아세안 등으로 수출 전환됐고, 해당국 수출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은은 미국 경제학자인 기타 고피나스(Gopinath)가 사용한 방법론을 원용해 대(對)중 수입단가의 국내물가 전가 효과를 추정한 결과, 수입단가가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1년에 걸쳐 국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근원물가 품목과 직접 관련이 있는 소비재 수입단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한은은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는 중국 수출단가를 더욱 낮춰 국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관세협상 추이에 따라 원화가치 하락이나 공급망 차질 등 물가 상방요인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물가 동인 간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 등 지정학적 불안도 미 관세 못지 않게 향후 우리나라의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1배럴당 60달러대에서 70달러대로 상승한 상황이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내년까지 75달러를 유지할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상승하고, 내년에는 0.3%포인트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평균 69달러, 내년 65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가정해 올해 물가상승률은 1.9%, 내년은 1.8%로 전망한 바 있다.

경제금융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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