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심성아기자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의 권혁원 공정개발연구소장(생산기술부문장 겸임)은 지난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양산 목표인 LFP 양극재의 경쟁력을 이같이 내다봤다. LFP 배터리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엘앤에프는 올해 하반기 대구 구지 3공장 부지 옆에 3만평 규모로 LFP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3층 구조인 삼원계 양극재 공장과 달리 LFP 양극재 공장은 단층 구조로 설계해 빠르게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엘앤에프가 LFP 양극재를 양산하게 된다면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혁원 엘앤에프 공정개발연구소장. 심성아 기자
권 소장은 품질 면에서 기존 중국산 LFP 양극재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1년간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며 고밀도의 프리미엄급 LFP 양극재를 개발해왔다. 그는 "에너지 용량의 손실 없이 cc당 2.6g의 밀도를 구현하는 양극재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2.7g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LFP 양극재 밀도는 cc당 2.4g이다. 0.2g 차이지만 배터리로 만들었을 때 성능 차이는 크다. 중국에서도 2~3개의 기업만이 고밀도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미 고객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엘앤에프는 최근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와 LFP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에 대항할 수 있냐는 질문에 권 소장은 "중국산에 부과하는 관세를 고려하면 해외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안보 우려가 없는 한국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 LFP 생산 시설을 세우는 방안에 대해선 "정책적 변수가 많아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LFP와 경쟁할 수 있는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도 구지 3공장에서 양산할 방침이다. 미드니켈은 니켈 비중 60~70%의 NCM 양극재를 말한다. 과거 미드니켈 양극재와 다른 점은 전압을 올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단결정 구조로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니켈 ·코발트·망간의 조성 비율이 6대1대3, 혹은 7대1대2인 NCM613, NCM712가 대표적이다. 엘앤에프는 2026년 하반기에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 가격이 비싼 코발트 함량을 낮춘 코발트프리(NMx), 망간의 함량을 높인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도 개발 중이다.
권 소장은 양극재 원료의 국산화도 서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양극재가 탈중국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전구체의 국산화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화합물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으로 해외우려기관(FEOC)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 반드시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만금에 LS그룹과 합작공장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을 설립했다. 권 소장은 "LLBS는 시운전 중이며 샘플을 생산해 고객사 승인을 거쳐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도 생산물량은 연간 2만t가량이며 향후 12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구체에 들어가는 원재료까지 LS그룹 광물 정제련 계열사인 LS엠앤엠에서 조달하면 중국 의존도를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엘앤에프의 주력은 니켈 비중 90% 이상의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다. 이 회사는 니켈 비중 95%의 NCM 양극재를 개발해 국내 배터리셀 기업과 글로벌 전기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권 소장은 "현재는 니켈의 비중을 더 늘리기보다는 안정성을 강화하고 공정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도 삼원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과는 아직 기술 격차가 큰 상황이다. 권 소장은 "중국에 비해 생산성도 5~10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