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관님, 장관회의는 가셔야죠.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장관 없는 장관회의'였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여러 부처의 장관이 모여 국내 경제 현안과 대외 리스크를 대비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날 회의장은 썰렁했다. 장관이 참석한 부처는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단 두 곳이었다. 원래라면 총 12명의 장관이 참석해야 했지만 10명이 대참자를 보냈다.

이날 회의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맡았다. 김 대행은 지난 2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대행직을 맡게 됐다. 김 차관은 엄연히 '장관 직무대행'이지만 일부 부처들은 차관이 주재하는 회의 정도로 인식했다.

합당한 사정이 있는 부처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장관이 체코에서 한국의 원전 계약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환경부 장관도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물 산업을 세일즈 중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장관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고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장관직이 공석이다.

문제는 격식을 이유로 불참한 부처들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니 차관급이 가는 게 맞다"면서 "(차관 주재 회의라서) 당연히 차관이 갔는데, 장관이 왜 안가냐는 질문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장관이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 대행이 차관이기 때문에 장관이 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청장이 차관급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차관이 주재하면 (기관장이 아니라 그 밑에) 부기관장들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속에서 '일'보다 '급'을 따지는 관료들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지금 한국 경제는 비상상황이다. 올해 1분기 -0.2%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속에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주력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위기를 헤쳐나갈 대통령, 총리, 경제부총리가 없다.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로 다음 대선까지 한달을 버텨야 한다. 국민들은 경제 관료들이 한 팀이 되어 공백 없이 위기에 대응하길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도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총리든, 장관이든, 차관이든 관료들이 경제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협력하길 바랄 테다.

취재가 시작되고 기사가 나가자 각 부처에서는 격을 따진 적이 없고, 향후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뜻을 전달해왔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적어도 경제에 관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구여야 한다. 의전과 격식 탓에 맥없는 기구로 전락한다면, 결국 힘이 빠지는 건 한국과 우리 국민들이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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