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시간 남태령 대첩' 경찰 제한 통고 논란…“집회의 자유 침해”

경찰 "교통 및 안전상 이유"
2016년 당시 사례와 판박이
법원 “금지 통고 취소해야”

경찰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트랙터가 28시간 동안 남태령에서 대치한 사건을 두고 ‘제한 통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제한 통고가 금지 통고와는 달리 집회·시위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모든 도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이 나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상은 변호사는 "금지 통고의 경우 집회·시위 진행의 48시간 이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제한 통고의 경우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다투기 어려운 시기를 이용한 편법"이라며 "경찰이 이번 집회에서 주요한 수단 자체를 모두 금지했기 때문에 형식은 제한 통고지만 사실상 금지 통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오후 전농에 ‘트랙터와 화물차의 이용이 불가하다’며 제한 통고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시위는 위협성이 굉장히 높고 그중 트랙터의 경우 저속 운행하면서 도심권에 극심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며 "서울은 다른 곳보다도 차량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주요 도로 상에는 트랙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계속 일관되게 제한 통고를 해왔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퇴진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차벽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김경호 변호사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법원은 전농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11월 전농이 트랙터 등으로 집회 장소에 참석하겠다고 신고하자 경찰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다. 이에 전농이 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서울행정법원은 경찰의 옥외집회와 행진 금지 통고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융평의 김태근 변호사는 "2016년 판례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검토한 것이 아닌 아예 막아버린 상황이 됐기 때문에 법률적인 쟁점으로 가면 경찰이 패소할 소지가 높다"며 "집회·시위는 항의의 대상 앞에서 집회하는 게 의미가 있고, 이런 행위 자체를 막아버리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부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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