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3고(高) 시대, 월급 올라도 '짠물소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장바구니 부담
소득↑ 지출↓ 가구 흑자액 3분기 최대
다음해도 고물가·폭염 영향 이어질 전망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짠물 소비'가 대세다. 짠물 소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세일 기간을 노려 집중적으로 구매하거나 저가를 선호하고, 소량 구매 나아가 브랜드 선택을 바꾸는 등 적어진 소비 여력에 맞춘다는 의미다.

통계청의 '2024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올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4%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3.5% 증가했다.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 [사진출처=AI 이미지]

실질 소비지출은 1.4% 증가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소비지출을 말한다. 소비지출이 3.5% 증가했다고 해도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1.4%만 늘었다는 뜻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평균소비성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분기 가구당 평균소비성향은 69.4%다. 지난해 같은 분기(70.7%)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줄곧 70%대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평균소비성향이 낮을수록 쓸 돈(처분가능소득)은 많아도 소비지출이 적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가구의 흑자액은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 침체의 이유는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기후플레이션이 그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이상기후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가령 올가을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배추 작황이 나빠 배춧값이 지난해 대비 1.5~2배가량 폭등했다. 김장철을 맞아 '김포족(김장포기족)'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커피 원두와 코코아 가격 상승도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물가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 상승 [사진출처=아경DB]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올해 식품 소비의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로 고물가와 폭염을 꼽았다. 농경연은 지난 13일 '2024~2025 식품소비트렌드'를 발표한 자리에서 올해 식품 소비에 영향을 미친 7대 이슈로 ▲고물가 ▲폭염 ▲온라인 식품시장 ▲인공지능(AI) ▲식품 안전 ▲성심당 효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등을 꼽았다. 또 신선 농산물은 물론 가공식품, 외식 등에도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농경연은 다음 해 식품소비트렌드로 ▲고물가 현상으로 인한 가성비 중시 경향 지속 ▲편의점의 제품 다양성과 방문율 증가 ▲1000만 1인 가구 시대에 대응한 간편식·짠물 소비 경향 등 7가지를 선정했다.

실제로 짠물 소비자 증가로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덩달아 성장하는 추세다.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주요 상품을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서비스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의 올해 1~11월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7.5%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도 구독 서비스 매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200% 뛰었다.

정치부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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