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12·3 비상계엄 뒤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방송·영화 산업이 움츠러들었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장 먹구름이 낀 분야는 영화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부터 16일까지 일일 평균 관객 수가 35만3656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53만8730명에 한참 못 미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2022년 12월 45만7153명보다도 적다.
대중의 관심이 정치에 쏠리면서 박스오피스 정상 타이틀은 무색해졌다. 이 기간 열이틀 자리를 꿰찬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은 누적 관객 수가 192만4255명이다. 하루 10만 명을 모으지 못한 날이 여드레나 된다. 손익분기점인 250만 명 달성이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등학생 단체관람 붐이 일어나고 119 기부 챌린지 등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고도 냉랭해진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대가족'은 일찌감치 흥행이 좌절됐다. '강철비'·'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과 이승기가 주연했으나 하루도 관객 4만 명을 넘지 못했다. 누적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인 260만 명의 11분의 1 수준인 22만5292명이다. 지난 4일 개봉한 송강호·박정민 주연의 '1승'도 비슷한 처지다. 하루 평균 관객 수가 2만1373명에 불과하다.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에 한참 부족한 29만9222명을 동원했다.
극장 관계자는 "연말인 점을 고려하면 참혹한 기록"이라며 "탄핵 정국 전후 개봉한 영화들이 뒤숭숭한 분위기로 입소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마케팅에 열을 올려도 탄핵 정국 소식에 묻히는 형국"이라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일 순 방문자 수(DAU)는 비상계엄 선포 전인 1일 271만9519명에서 선포일인 3일 249만3372명으로 약 8% 줄었다. 다음 날인 4일에는 238만2528명으로, 전날보다 약 2만 명이 덜 찾았다.
티빙도 1일 146만9374명에서 4일 142만5132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쿠팡플레이는 기대작 ‘가족계획’을 공개하고도 타격을 입었다. 1일 87만8767명이던 DAU가 3일 68만9387명으로, 약 22% 줄었다. 웨이브 역시 같은 기간 115만173명에서 107만3479명으로 떨어졌다. 이 밖에도 디즈니+는 1일 38만5090명에서 3일 31만5496명으로 약 19%, 왓챠는 1일 6만8605명에서 3일 6만475명으로 약 13% 감소했다.
지상파 뉴스나 유튜브 채널에 관심을 빼앗긴 결과다. 급변하는 탄핵 정국에 속보 등을 챙겨보는 시청자가 많아졌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에 시청률(10.6%)이 10%를 넘었다. 투표를 앞두고 특별 편성된 'MBC 뉴스특보'도 11.3%를 기록했다. MBC는 이날 유튜브라이브 최고 동시 시청자 수도 79만 명에 달했다.
다만 탄핵 정국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OTT는 회복세를 보인다. 이날 DAU가 대체로 회복됐다. 넷플릭스는 261만1441명, 티빙은 148만9999명으로 소폭 늘었다. 쿠팡플레이는 95만1721명, 웨이브는 121만8327명, 왓챠는 6만6941명으로 이전 흐름을 되찾았다. 디즈니+는 반등에도 성공했다. 1일보다 훨씬 많은 42만2932명을 기록했다. 지난 4일 공개한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를 내세워 구독자를 모았다.
OTT 관계자는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연말연시에 맞춰 '오징어 게임' 시즌2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공개돼 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OTT 관계자도 "콘텐츠로 이목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나 OTT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있으면 볼 수 있다"며 "탄핵 정국이 주 시청 세대의 관람 욕구와 소비 의지까지 꺾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