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략적 패배 한마디도 언급않는 푸틴…'고통스러운 주제'

우크라 전쟁 이슈에만 집중
EU와 시리아 철군 두고 신경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TV로 중계된 국방부 고위 간부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방부와의 정례 회의에서 시리아 내전 종식문제와 관련된 언급을 전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가 지원하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중동에서의 전략적 실패에 대해 함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성과만 부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존 시리아에 임대했던 군사기지의 반환 및 시리아 내 러시아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의 외교적 마찰도 커지면서 러시아의 중동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러시아 국방부 고위 간부 확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전투 활동은 전체 전선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있다"며 "올해는 '특별군사작전' 목표를 달성하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해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 종식과 관련된 내용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8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돼 러시아로 망명했고 다마스쿠스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도 철군하는 등 정세변동이 극심한 상황임에도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13년에 걸쳐 비호했던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중동에서 큰 전략적 패배를 입은 상황이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중동정세전문가이자 군사분석가인 안톤 마르다소프는 NYT에 "지금 알 아사드 정권 몰락은 모스크바에서 고통스러운 주제"라며 "아무 말도 안하는게 낫다"고 전했다.

아직 시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남아있는 러시아군의 철군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리아에 남아있는 러시아군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현재 우리는 시리아의 새 대표자들과 관련된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대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EU와의 외교적 마찰도 심해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EU는 시리아 반군이 조직한 과도정부와 외교적 접촉을 시도 중이다. 시리아 반군 대표조직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에 적용된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군의 완전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과도정부에 기존 알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2017년부터 49년 임차계약을 맺은 흐메이밍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 등 군사기지 임차계약을 재승인하는 문제를 두고 협상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과도정부가 EU의 요청대로 러시아군에 철군을 요구할 경우, 러시아의 중동전략이 크게 후퇴하면서 중동 정세가 또다시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