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주들은 대체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변동성 장세에서 주가 하락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밸류업 관련주들은 정책 동력 상실 우려에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6개 종목의 주가가 코스피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한 곳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일까지 주가가 8.73%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계엄 사태 이후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이 4.98%로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 3.73%, 삼성바이오로직스 3.31%, 네이버(NAVER) 2.39%, LG에너지솔루션 0.25% 순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45% 하락했다.
이들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변동성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기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전일까지 시총 상위주들을 고루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기여했다. 이 기간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684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를 2250억원 순매수했다. 이 밖에 KB금융(954억원), 현대차(883억원), 기아(782억원), 네이버(606억원), 신한지주(413억원), LG에너지솔루션(366억원)도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외국인 매수세도 유입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와 네이버를 각각 2853억원, 2305억원 사들이며 순매수 1, 2위에 올렸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 824억원, 셀트리온 233억원 사들였다.
반면 금융 및 자동차주 등 밸류업 관련주들은 이 기간 코스피를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금융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6.40% 떨어지며 시총 상위주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신한지주가 12.23% 하락하며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기아(-2.76%)와 현대차(-1.63%)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밸류업 관련주들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며 약세를 보였다. 개인과 기관이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이 물량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통과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던 국내 증시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나 우려도 여전한 상황인 만큼 큰 폭의 반등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는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에 연동되는 모습으로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으나 여전히 한국 수출 모멘텀 둔화와 2025년 트럼프 정부의 수출 규제 및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 등이 상존하기에 큰 폭으로 반등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달 들어 성과가 우수했던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