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죄었던 대출규제가 연말 들어 다시 느슨해지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소폭 하락한 데 이어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도 낮아지면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신규 대출 건에 대해 우량 차주를 우선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10월(3.37%)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3.35%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58%에서 3.53%로 0.05%포인트 내렸다. 코픽스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금리로, 코픽스 금리 인하에 따라 17일부터 은행들의 주담대 변동금리 내려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코픽스 금리를 지표로 삼는 KB국민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변동금리(6개월)가 4.76∼6.16%에서 4.74∼6.14%로 0.02%포인트 낮아진다. 같은 기준의 전세자금 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 금리도 4.51∼5.91%에서 4.49∼5.89%로 인하된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역시 5.29∼6.49%에서 5.27∼6.47%로 내린다.
금리 인하뿐 아니라 대출 문턱도 낮아지면서 대출 한파도 한풀 꺾이게 됐다. 이날부터 신한은행은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또 그동안 중단했던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취급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접수할 예정이다. 미등기 신규 분양 물건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풀고, 비대면 대출 판매도 재개한다. 이같은 조치는 내년 실행되는 대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주담대 대출 만기 제한(40년→30년) 조치와 신규 구입 목적 주담대 취급 중단은 현행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계속 중단한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중단했으나 오는 23일부터 해제할 예정이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중단 등도 내년도 대출건에 대해서는 접수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자금 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하나은행 역시 내년도 대출 실행건에 대해 적용키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15일부터 생활안정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또 타행 주담대를 KB국민은행 주담대로 갈아타는 방안도 허용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가 되면 대출총량이 리셋되는 특성상 통상 12월 중순부터는 대출 규제가 다소 완화된다"며 "여전히 대출수요가 높은 가운데 우량 차주들을 우선적으로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낮아진 대출 문턱으로 다소 진정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이 고강도 대출 규제를 이어가자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은 3조2000억원으로 2020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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