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수요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관망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은 관련 법안·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정치와 행정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집값 하락에도 지역별 양극화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1~13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73건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21건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당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8%까지 치솟으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일평균 약 18건에 그쳤었다. 일평균 거래 건수는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부동산 일일 거래 건수가 정점(297건)을 찍고 내려와 11월(94건)까지 상당히 감소했다. 그런데도 이와 비교하면 12월에 올해 최저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내수 경기 침체, 대출규제 같은 악재가 많아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거래량이 늘어나긴 힘들고, 가격도 약세를 띨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 건수가 줄여들면서 매매가격의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 5월 셋째 주 이후 30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서울은 0.02% 상승했지만, 한 주 전에 비하면 상승 폭이 0.02%포인트 줄었다.
이 와중에도 매매 가격의 지역별 양극화는 여전하다. KB부동산의 12월 2주 시장동향 조사에 서울 강남권과 강북권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강남권이 우세하다. 전주 대비 강북권은 0.03%, 강남권은 0.06% 상승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10월 이전과 비교해 강남권 상승률 우위가 많이 약해졌으나, 강남권과 강북권 간 상승률 괴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 지방', '강남 대 강북' 같은 양극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주택가격이 1%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2%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수도권 주택가격은 1% 상승하고, 지방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극화 현상은 경기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박 위원은 "경기도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 평균 3.35%(2023년 12월 대비) 올랐지만, 지역별로 온도 차가 심했다"고 분석했다. 과천은 10.2% 상승했으나, 안성(-4.7%)과 평택(-3.8%)은 뚝 떨어졌다. 박 위원은 "내년에도 지역별로 따로따로 움직이는 각개전투 양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 시장을 행정 구역으로 볼 게 아니라 생활권역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