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탄핵안 가결에 ‘축제 분위기’

주최 측 100만명 이상 참여
이색깃발·응원봉연대 등장
협업 언론인들 시국선언

“탄핵안이 가결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이 예정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허영한 기자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만난 김영주씨(64)는 “20대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며 “계엄이 선포된 이후부터 매일 여의도로 왔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명 이상, 경찰의 비공식 추산 20만명이 모였다. 탄핵안 가결이 선포되자 환호성이 쏟아졌고, 시민들은 얼싸안고 만세를 외쳤다. 이수련씨(46)는 "이번 계기로 정치인들과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좋겠다"며 "과거 5.18 비상계엄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는데 이번에 공포와 트라우마를 느꼈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은 금세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윤영씨(53)는 "지금 너무 감격스럽다”며 “드디어 법치가 바로서고 국민의 뜻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정현주씨(55) "오늘 오후 1시부터 나와 있어서 너무 추웠는데 추위가 싹날아간다”며 “정말 좋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모씨(42)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필순(48) "20년 만에 이렇게 방방 뛴 적은 처음"이라며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돌그룹 NCT’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심성아 기자

현장에는 아이돌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돌그룹 NCT’ 응원봉을 들고나온 김가현씨(20)는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나왔다”며 “저희 응원봉은 '꺼지지 않는 불빛'이란 상징성이 있다. 다른 아이돌 가수 응원봉보다 불빛이 가장 밝아서 지금 아주 유용하다”고 밝혔다. 송민영씨(22)는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사회가 너무 어지럽다. 빨리 평화로워져서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판다덕후’, ‘햄버거사랑’ 등 깃발연대가 등장했다. ‘지중해판다패권주의자연합’ 깃발을 들고나온 이은애씨(39)는 “저는 그냥 판다 덕후다. 집에서 판다 유튜브 보면서 편하게 있고 싶다.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이 상황이 화가 난다. 보통 사람들이 봐도 말이 안 된다. 집회가 재밌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와서 얘기하니까 즐겁다”고 밝혔다. ‘햄버거 사랑 동호회’ 깃발을 든 남모씨(27)는 “햄버거를 평소에 정말 좋아한다. 먹을 때마다 맛있는 것을 찾는다.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는 맥도날드다. 친구들이랑 같이 디자인해서 만들었다”며 “계엄령 당시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정말 말도 못 하게 불안했고 무서웠다”고 회고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깃발을 만든 김예원씨(22)는 “소설에 있는 문구를 따와서 깃발을 제작했다. 지금 딱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지난주에 탄핵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돼서 직접 외치러 나왔다.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모씨가 ‘햄버거 사랑 동호회’ 깃발을 들고 있다. 심성아 기자

20대 남성들도 집회에 대거 참여했다. 박상현씨(20)는 “국회 앞에서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오래간만에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권위주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정말 아니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정현우씨(24)는 “이번 계엄령이 발표되고 나서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얘기했다.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거리낌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업 언론인들은 이날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범언론인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는 윤석열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하라. 국회의원 전원은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라”며 “거리를 뒤덮은 국민의 분노는 의사당 안에서 헌법과 법률을 구현함으로써 해소돼야 한다. 이번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는 국회의원들을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며 국민과 함께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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