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에 대해 1차와 달리 표결에는 참석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당론은 '탄핵 부결'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투표함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14일 오전 10시부터 6시간 가까이 진행한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 부결' 당론은 유지하되 표결에는 참석하기로 정했다. 1차 탄핵소추안 당시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을 떠나 따로 의총을 열며 탄핵 표결에는 불참했다.
김대식 원내 수석대변인은 당초 표결이 예정됐던 4시를 좀 넘어 의총 종료를 알리며 "우리가 장시간 의총을 통해 결정한 것은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 들어간다, 당론은 부결로 한다"라고 짧게 밝혔다. 직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표결 참석 제안드린다. 이게 국민에게 떳떳한 태도"라고 말했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론 변화 여부를 묻는 말에는 "당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고했다.
의총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은 의원들 상당수가 표결에 참여하는 쪽으로 논의를 모아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찬성하는 분들과 반대하는 분들의 입장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주로 결심이 서서 침묵하는 분위기이고, 반대하는 의원들이 설득하려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투표에 참여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고동진 의원은 "전부 들어가서 표결하는 쪽으로 기울었는데 반대하는 분들도 일부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투표 참여는 많이 의견이 수렴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표결에 당론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인데, 재적의원 300명 기준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총 192석의 범야권이 전원 출석해 찬성표를 던진다면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1차 탄핵 표결 당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등 3명만 표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까지 탄핵에 공개 찬성한 여당 의원은 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까지 추가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입장 표명 없이 찬성에 표를 던질 의원들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의 경우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본인이 탄핵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말씀을 한 것이라서 당에서 그걸 막겠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부담을 상당히 덜었을 수 있다"면서 2차 탄핵안에 대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탄핵안이 가결되면 외교·국방·행정의 수반인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고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최장 180일 동안의 심리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