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미국 반도체 공장에서 대만보다 최대 30% 높은 생산 비용과 물류 문제로 마진 압박에 직면한 TSMC가 첨단 공정 기술력과 선제적 투자 전략을 통해 내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맥쿼리증권은 미국 공장 운영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TSMC의 내년 매출 증가율 25%에 마진율은 60%에 도달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맥쿼리증권은 최근 'TSMC 해외 공급 비용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TSMC 미국 반도체 공장 생산 비용이 대만 공장보다 최대 30% 높아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수익이 1~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증권은 또 "미국 공장에서 적합한 화학 물질 공급업체를 찾기 어려워 기존 대만의 특수 화학 공급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물류비용이 증가해 일부 물질의 운송비가 제품 가격보다 더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TSMC는 이에 대해 "미국 공장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추가 비용을 감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맥쿼리증권은 TSMC가 추가 비용을 감당할 계획이지만 이는 마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TSMC 경영진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몇 년간 마진율이 2~3%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더인 TSMC 전 회장은 지난달 말 공개 발언에서 "미국에서 첨단 공정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만보다 약 100억달러(약 14조원) 더 높다"고 밝혔다.
TSMC 일본 공장은 22㎚와 28㎚ 등 레거시(구형) 공정에 집중하며 현지 화학 물질 공급업체를 통해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맥쿼리증권은 "일본 공장은 생산 비용이 대만보다 약 10% 높지만, 현지 조달로 수입 의존도를 줄여 생산 중단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공장의 높은 물류비 부담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맥쿼리증권은 "대만과 일본의 화학 물질 공급업체들이 미국 공장 설립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는 첨단 공정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TSMC의 미국 공장이 결국 현지 공급업체로 전환돼 자본 지출이 낭비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TSMC는 첨단 공정 기술력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반도체 전문가인 천후이밍 홍콩 쥐신 캐피탈 매니지먼트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산량이 내년 약 12% 성장할 전망"이라며 "대만은 TSMC 덕에 16%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TSMC의 내년 매출 증가율이 25%에 달하고 마진율은 60%, 주당 순이익(EPS)은 54~56위안(대만 달러), 순이익 성장률은 3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투자 규모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열린 ‘TSMC 공급망 관리 포럼’에서 "3년 내 생산 능력을 2배로 확장할 준비를 해달라"며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선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천후이밍 연구원은 내년 TSMC의 자본 지출이 사상 최대 규모인 38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22년 TSMC의 자본 지출은 연 매출의 50%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40%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라며 비용 효율화와 생산성 개선이 현금 흐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주주 배당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초기 마진율에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7~8분기 이내 수율 정상화와 함께 마진율이 60%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TSMC의 실용적 경영 스타일도 주목된다. 천후이밍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법은 미국 정부와 TSMC가 반복해서 논의한 결과"라며 "TSMC 기업 문화는 사전 철저한 논의 후 결정되면 전력을 다해 실행하는 실용적 스타일이며 단기적으로는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장징원·진저우칸 기자/번역=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