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로보택시 경쟁에 참전한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사이버캡' 기대감과 월가 낙관론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눈앞에 둔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결정하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로보택시 패권을 손에 넣기 위한 경주에서 낙오자가 발생했으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주 사이버캡의 세부 사양과 생산비용 절감 방안을 공개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는 10일(현지시간) 월가의 잇따른 낙관론에 힘입어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분석가는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며 수혜주가 될 테슬라를 자동차 부문 '최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보다 2.87% 오른 400.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409.73달러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 4일부터 닷새 연속 상승 중인 테슬라 주가는 2021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종가 기준) 409.97달러를 눈앞에 둔 상태다.
반면 경쟁사 GM은 이날 성명을 통해 크루즈의 로보택시 사업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GM은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시간과 자원, 그리고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로보택시 시장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주행을 비롯한 고급 운전자 안전 기술은 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며, 크루즈 지분도 90%에서 97%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GM은 2016년 크루즈를 1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로보택시 개발에만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셔틀 '오리진'의 운행 허가를 따내며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으나, 잇따른 사고 이후 생산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블룸버그통신은 GM의 결정에 대해 "큰 비용과 평판 저하를 초래한 시장에서의 후퇴"라며 막대한 개발 비용과 안전사고 문제, 규제당국의 제재 등이 로보택시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조명했다.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 '로보택시 경주'에서 낙오됐지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분석가는 테슬라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단계에 거의 도달했다며 증자를 통해 500억달러(약 72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르면 내년부터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로보택시를 영업 중인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미 서부에 이어 2026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까지 운행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미 서부와 비교해 비가 많이 내리고 기상 변화가 심한 동부 지역에서 로보택시 영업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자율주행 업계에선 또 하나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웨이모에 수년간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밖에 소프트뱅크를 등에 업은 '웨이브'와 아마존이 소유한 '죽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테스트하고 있다.